줄잇는 '구루 CEO'.. 수백만 추종자 덕에 사업 대박
지난 12일 오후 인도 수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변 둔치. 400만㎡(121만평) 넓이의 행사장엔 길이 300여m의 대형 무대가 마련됐고, 수십만 명이 몰려들어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힌두교 지도자인 스리 스리 라비 샨카(60) 구루가 세운 '아트 오브 리빙' 재단이 설립 35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종교·문화 행사다. 샨카 구루가 무대에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적인 삶을 강조하는 그의 연설은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가로·세로 10m 크기 대형 전광판을 통해서도 참석자들에게 전달됐다. 회사원 나빈 굽타(47)씨는 "인도인들은 영적 스승인 구루에 의지해 복을 빌고 행운을 기원한다"며 "신앙심이 깊은 인도인들에게 구루는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다"고 했다.
재단은 인도에 4만여 개의 지부를 두고 요가와 명상법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11~13일 세계 각국에서 온 3만여 명의 예술가가 전통춤과 노래 공연을 선보이며 관람객 350만명(주최 측 추산)을 끌어들였다. 행사 첫날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참석해 샨카 구루 옆에 자리했다. 모디 총리는 연설에서 "지난 35년간 재단을 키운 샨카 구루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김도영 델리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유명 구루의 경우 수백만 명의 추종자를 거느리며 영향력을 과시하기 때문에 대중 정치인들은 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도의 전통적인 종교 지도자 구루 중에 수백만 명의 신도를 거느리며 기업인이나 연예인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으로 강연·교육 활동을 주로 하지만, 대중의 열렬한 인기와 정치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시켜 기업을 설립하고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샨카 구루는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요법으로 만들어진 치약·샴푸·차(茶)를 판매하고 있다. 제품에 천연 허브나 오일 등이 첨가된 게 특징이다. 2014년 붉은색 천을 두르고 다니며 모디 총리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기도 했던 유명 요가 지도자 바바 람데브(51) 구루는 인도 소비재 시장에서 대형 기업들과 점유율을 다투고 있는 회사'파탄잘리'를 운영하고 있다. 아유르베다 약품을 판매하던 약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건강 보조 식품·꿀·과일 주스·과자·라면 등 7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00억루피(약 8700억원)로 전년도에 비해 2.5배로 성장했다.
여성 구루 마타 암리타난다마이(63)는 병원과 방송국, 대학교를 운영한다. 북부 펀자브 지방에서 힌두 단체를 이끌고 있는 구루밋 람 라힘 싱(49) 구루는 꿀·생수 등 1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상업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주연한 액션 영화 'MSG : 더 메신저' 시리즈는 두 편으로 제작돼 인도 내 유명 영화 체인을 통해 개봉됐다. 영화에서 싱은 신(神)의 대리인을 자처하면서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인류학자 라이즈 매킨은 "인도에 자본주의 물결이 확산하면서 힌두 구루들의 상업적인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정치인과 정부, 사업가들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유명 인사나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BBC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구루들은 대부분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고, 정권을 옹호하는 정치적 발언도 자주 한다"고 했다.
☞구루(Guru)
'스승' '안내자'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 용어로, 인도에서 종교 지도자나 정신적 스승을 말한다. 사원에서 힌두교 경전을 공부하는 구루는 신도들에게 경전을 가르치고 수행을 지도한다. 대개 붉은 천을 두르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다. 인도에 수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백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전국구 '스타' 구루들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생필품 판매나 교육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종교 이외에 특정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많은 전문가를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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