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스트 충돌로 1000만명 물공급 위기
[한겨레] 인도의 전통적 사회계급 구분인 ‘카스트’를 둘러싼 충돌이 수도 델리의 생명선인 물길까지 끊어버렸다. 델리 시민이 물을 다시 예전처럼 쓸 수 있기까지 최장 2주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에서 중류층인 ‘자트’ 카스트들이 델리의 상수원인 무나크 수로를 한때 장악해 물길을 돌리고 시설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델리 시민 1700만명 중 1000만명이 심각한 물 위기를 겪고 있다. 무나크 수로는 델리의 물 공급량의 45%를 차지하는 생명줄이다. 델리 시는 임시 휴교, 절수 캠페인, 물 배급제 등 비상수단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현재 물 공급량은 평소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정상적인 물 공급을 회복하기까지는 2주가 걸릴 것이라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23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인도의 뿌리 깊은 카스트 차별과 중산층 이하의 일자리 경쟁이 맞물리면서 점화됐다. 인도 카스트는 크게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로 구분되며, 여기에도 끼지 못하는 달리트(불가촉 천민) 등을 ‘기타 하층민’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하리아나 주 정부가 카스트 위계에서 맨 밑바닥인 수드라와 ‘기타 하층민’에게 대학 입학과 공무원 일자리 할당을 시행하자, 바이샤 계급인 자트가 자신들에게도 같은 할당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인도 대법원이 “자트 카스트는 ‘사회적 약자 우대’라는 할당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자, 자트는 카스트 강등까지 요구하며 거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트 카스트 시위대는 지난 19일 수로를 장악한 데 이어, 주말이던 20일에는 가정집과 기차역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까지 점거하는 폭동사태로 치달았다. 발포권을 부여받은 무장 군경이 현장에 파견돼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고 수로 통제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 당국은 23일까지 열흘째 계속된 충돌로 19명이 숨지고 200명이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이명박근혜 정부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 8년’
■ 신의진 의원, 현수막에서 ‘나영이 주치의’ 표기 삭제
■ 이세돌 “‘알파고’ 는 아직 내 상대 아냐” 승리 자신
■ “남편과 결혼해 새삶 살고 싶었는데”... `13살 성폭행, 사기결혼' 눈물 닦은 베트남 아내
■ [화보] 여행하며 찍은 ‘세계 여성들의 얼굴’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