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아직도 '마녀사냥' 횡행하는 인도

남지원 기자 2015. 6. 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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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마녀라면서 나를 죽이려고 해요. 나는 매일 신께 기도를 드려요. 제가 정말 마녀인가요? 제가 무슨 죄를 지은 건가요?” 인도 중부 샤티스가르에 사는 바후라(40)는 작년 겨울 이후 ‘마녀’로 낙인찍혔다. 바후라가 시장에서 무심코 쓰다듬었던 한 소녀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아이의 어머니는 바후라를 마녀라고 지목했다.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바후라를 슬슬 피해다녔다. 곧이어 바후라의 가까운 친척까지 병에 걸리자 가족들까지 그녀를 미워하고 따돌리기 시작했다.

바후라는 “가족들도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 주는 것은 남편뿐”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폐쇄적인 마을 분위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은 꿈도 꿀 수 없다. 바후라뿐만 아니라 인도의 많은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괴롭힘당하고 죽어간다. 샤티스가르에 살던 다른 여성은 최근 ‘사악한 마법을 부린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쳐

21세기 인도에서 무고한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지난 5일 보도했다. 인도 정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 전역에서 마녀로 몰려 살해당한 사람은 2100명에 이르며, 이 중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인권단체들은 실제 살해당한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희생자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희생자가 마녀사냥을 당해 죽었다는 것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마녀로 몰리는 재판은 마을 단위의 불법 법정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진다. 인도는 2005년 마녀사냥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까지 제정됐지만 외딴 시골 지역에서는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 특히 치안이 불안정한 샤티스가르 지방에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행해진 마녀재판은 1500건에 달하고 210명이 살해당했다. 인근 자르칸드에서는 같은 기간 414명이 마녀로 몰려 죽었다.

시골 사람들은 가축이 병에 걸리거나,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거나, 우물이 마르면 마녀가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마녀사냥을 벌인다. 가족 중 누군가가 죽으면 무당을 고용해 마녀가 누구인지 찾아나서기도 한다. 특히 결혼하지 않았거나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마녀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마녀 구별법은 당연히 비과학적이다. ‘좋은 마법’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진 무당이 사라수(沙羅樹) 나뭇가지에 특정한 연령대에 속한 마을 여자들의 이름을 적고, 아래로 축 늘어지는 나뭇가지에 적힌 이름을 마녀로 지목한다. 여자들의 이름이 적힌 곡식을 넣은 작은 자루를 흰개미집 근처에 놓고, 개미가 가장 많이 긁어먹은 알갱이에 이름이 적힌 사람이 바로 마녀라는 구별법도 있다.

인도 사회에서 나쁜 마법을 부린다는 누명을 쓰는 사람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샤티스가르 만디르해소드 지방의 마녀사냥 피해자모임 대표인 시타 데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연한 인도 사회의 여성차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녀를 구분한다는 무당들은 소외계층 여성들을 마녀로 지목해 살해하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여성 살해가 가짜 무당들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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