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서 실종된 미군의 기막힌 사연

김강한 기자 2013. 5. 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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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이 자신의 이름과 영어도 잊은 채 40여년간 베트남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존 하틀리 로버트슨(76)은 1968년 베트남 인근 라오스에서 비밀 작전에 참전했다가 헬기가 추락하면서 베트콩에게 포로로 잡혔다. 베트콩은 그를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고 고문했다. 몇 년 뒤 로버트슨은 심한 부상을 입고 풀려났다. 그는 자신을 돌봐주던 현지인 간호사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이 이야기는 에미상 다큐멘터리 감독상 수상자인 마이클 조젠슨의 최신작 '언클레임드(Unclaimed)'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작품은 이번 주 개봉한다.로버트슨은 고문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기 때문인지, 언제 어떤 과정으로 베트콩에게 풀려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생일, 미국 이름, 미국에 남겨 놓은 자식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2008년 베트남 참전 군인이자 인도주의 단체를 운영하는 톰 폰스가 베트남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중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조젠슨 감독에게 연락해 다큐멘터리 촬영이 성사됐다.이 다큐멘터리는 로버트슨이 라오스에서 실종된 군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젠슨 감독은 촬영을 하는 동안 1982년에 만들어진 보고서에서 로버트슨이 생존중이라는 내용을 발견한다. 미국 대사관에서 2010년에 채취한 로버트슨의 지문도 찾아낸다. 그는 영화에서 "로버트슨이 살아있는데도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은 베트남이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그를 데려오기 싫어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 정부가 로버트슨의 생존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는 것이다.다큐멘터리에는 1960년대 로버트슨에게 훈련을 받은 군인이 그를 다시 만나는 장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로버트슨의 누나 진(80)과의 상봉도 담겨 있다. 로버트슨의 미국인 부인과 자녀는 처음 로버트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다"며 유전자 확인을 요구했지만 지난해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마음을 바꾸었다. 조젠슨 감독은 "로버트슨은 죽기 전에 미국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성취했다"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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