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밀감옥서 의문사 모사드 요원은 이중 스파이"
2년 전 이스라엘 비밀감옥에서 발생한 모사드 요원의 의문사 사건이 뒤늦게 베일을 벗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모사드 요원의 의문사는 호주에서 태어난 유대인 벤 자이지어가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하다 2010년 12월5일 이스라엘의 아얄론 비밀감옥에서 숨진 사건을 가리킨다.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함구하고 이스라엘 언론도 검열에 묶여 침묵해왔다. '죄수 X' 사건으로만 알려진 채 잊혀졌던 이 사건이 최근 호주 언론의 집요한 탐사보도로 재조명되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지난 12일 의문사의 주인공이 이스라엘과 호주의 이중국적자로 모사드에서 활동한 벤 자이지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써 '죄수 X' 사건은 '모사드 스파이의 의문사'로 바뀌었다.
ABC는 의문사에 모사드는 물론 호주 첩보기관도 연관됐다는 내용을 17일 추가로 폭로했다. 모사드가 이란 등지의 첩보활동을 위해 이탈리아에 전자부품을 수출하는 위장회사를 두고 있었는데, 자이지어가 이런 모사드의 첩보활동 정보를 호주 첩보기관인 아시오(Asio)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자이지어는 이중 스파이 혐의로 모사드에 체포된 것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자이지어의 수감 사유로 2010년 2월 두바이에서 벌어진 하마스 지도자 마무드 알마부의 암살 사건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시오가 암살 혐의자 가운데 이스라엘과 호주 이중국적자 3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이지어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이지어가 모사드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는 자이지어의 죽음과 모사드의 알마부 암살이 관련됐음을 시사한다.
모사드로 관심이 쏠리면서 이스라엘도 동요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셋)는 17일 자이지어 사건을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의회가 모사드 비밀주의를 얼마나 파고들지가 관심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의문사를 공식 언급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국가 안보를 내세워 모사드의 비밀주의를 옹호했다.
언론 통제를 둘러싼 보혁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진보 신문 하레츠는 모사드의 비밀주의를 비난하며 언론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반면 보수 신문 이스라엘 하욤은 '모사드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호주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국민이 해외의 감옥에 갇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할 때 호주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호주의 첩보기관이 관련된 탓에 목소리를 높일 처지도 아니다.
<유병선 선임기자 yb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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