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황제, 점쟁이 찾아가 국가기밀 속삭였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2015. 6. 1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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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무기징역 선고 뒤엔 '新疆도사' 차오융정] - 해외에 기밀 넘긴 줄 알았더니.. 中 올림픽 첫 유치 실패 맞혀 '모든 걸 꿰뚫는데 10초' 소문 저우융캉·석유방 등이 신뢰.. 그 덕분에 年1100억원씩 챙겨 "저우가 내게 기밀 6건 말해" 재판에 나와 배신의 증언

중국의 '공안 황제'로 불리던 저우융캉(周永康·11일 무기징역 확정)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국가기밀 6건을 유출한 상대는 해외 공작기관이 아니라 '점쟁이'였던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저우융캉에게 적용된 국가기밀 누설죄를 설명하면서 "절대 기밀 5건과 기밀 1건이 측근인 차오융정(56·曺永正)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BBC 중문판과 둬웨이(多維) 등은 이날 "차오융정은 '신장(新疆·중국 서부 지역) 도사'로 불리던 점쟁이"라며 "운세를 잘 맞힌다는 소문 덕분에 저우융캉의 측근이 됐으며 각종 이권에 개입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고 전했다.

차오융정은 1959년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태어났지만, 문화대혁명 때 아버지를 따라 위구르족의 땅인 신장으로 건너가 신장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당교(黨校) 교원 등으로 일하던 그는 1980년대 말 기공(氣功·일종의 단전호흡) 열풍이 불 때 '특이한 능력'이 생겼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성 TV와 식당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을 상대로 점을 봐줬다. 사진만 보고도 10초 안에 그 사람의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맞힌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치병을 치료한다는 얘기도 추가됐다. 1990년대 차오융정이 베이징에 진출하자 고관들이 몰려왔다. 1993년 그가 "중국의 첫 올림픽 유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적중하면서 그의 주가는 폭등했다. 저우융캉이 장악한 정법위원회(공안·사법·정보 총괄)와 석유방(石油幇·석유업계) 인사들이 그를 많이 찾았다. 저우융캉 최측근인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성 부서기와 저우 차남인 저우한(周涵)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저우융캉은 차오를 소개할 때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차오가 없으면 저우도 없다"는 말이 베이징 정가에서 돌았다. 차오는 "내가 관상을 봐준 장관급만 600명이고, 포브스 부자 명단에 오른 사람도 내 손바닥 안"이라고 큰소리쳤다. 차오는 저우를 등에 업고 각종 사업을 벌였다. 대만 중앙사는 "차오가 2003년 세운 '녠다이(年代) 에너지'는 국영 석유기업으로부터 매년 6억위안(약 1100억원)을 앉아서 벌어갔다"고 전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차오는 2005년 베이징 중심가의 전통 가옥을 사들여 5성급 호텔로 꾸몄다. 이곳은 저우융캉 세력의 사랑방이 됐다.

그러나 차오는 자신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했다. 그는 시진핑 집권 이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2013년 대만으로 달아났지만 곧바로 붙잡혀 송환됐다. 그리고 지난달 저우융캉의 비공개 재판에 나와 "저우융캉이 국가기밀을 내게 넘겼다"고 증언했다. 그가 저우 죄를 폭로하는 대신 감형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차오에게 유출한 기밀이 무슨 내용인지, 저우가 왜 차오에게 기밀을 넘겼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차오의 처벌 수위도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이후 점술·풍수·관상 등을 봉건적 미신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그러나 광둥성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부패 관리일수록 점쟁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6460만위안(약 110억원)을 수뢰한 류즈쥔 전 철도부장은 점쟁이가 정해준 날짜에 뇌물을 받았다. 허난성 이양(宜陽)현 국토국은 청사 바닥에 대형 팔괘(八卦)를 새겨 놓기도 했다. 저우융캉의 측근 리춘청도 조상 묘를 옮기는 데 풍수 전문가에게 1000만위안(약 18억원)을 썼다고 신경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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