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이 떨군 첩보필름, 美수송기 태평양서 '덥석'

뉴욕 2011. 12. 2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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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美첩보위성 제작소 헥사곤, 30년만에 1급 기밀 해제

" 구글 어스처럼 위성 정보를 이용한 지도 제공 서비스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건물'에만 들어가면 나는 우리 집 뒷마당 수영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냉전 시대 미국 이 운영했던 비밀 첩보 위성 제작소에 대한 정보가 지난 9월 기밀 해제된 이후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스파이 위성들의 실체가 수십년 만에 상세한 모습을 드러냈다. AP는 코네티컷주(州) 댄버리의 언덕 위에 1970년대 만들어진 위성 제작소 직원들이 이 위성들의 제작 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위성 첩보전의 실체가 공개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헥사곤(Hexagon·육각형)' 등 1970~1980년대 초정밀 첩보 위성 제작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댄버리 공항 부근 언덕에 있는 약 2만5000㎡짜리 건물에서 일했다. 식당을 제외하곤 창문도 없는 이 제작소는 그저 '사무실(the offic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곳에 채용되려면 최장 수년에 달하는 신원조회 과정을 거쳤다. 이곳에서 일하다 은퇴한 과학자 프레드 마라(78)는 "'그들'은 우리가 뇌물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전했다.

이 도시 주민 중 1000여명이 첩보 위성 제작에 참여했지만 가족조차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이들은 출장을 갈 때 가명을 썼고, 건물 밖을 나서면 암호를 사용해 대화했다. '고객 회사' 직원이라며 건물을 찾은 심각한 표정의 사람들은 담배 연기가 가득하고 전화선이 엉켜 있는 폐쇄된 방에서 직원들을 만났다. 이 고객들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공군 당국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비밀 위성 제작소는 1971년부터 1986년까지 첩보 위성 20개를 쏘아 올렸다. 각각의 위성엔 96㎞ 길이의 코닥 필름이 탑재됐다. 옛 소련과 중국 등 당시 적국(敵國)을 촬영한 필름은 낙하산이 달린 '폐쇄형 상자'에 실려 지구로 돌아왔다. 하늘에서 필름을 실은 상자가 떨어지면 미 공군기 C-130 등이 출동해 쇠갈고리 비슷한 장치로 낚아챘다. 소련의 잠수함 기지 등 주요 정보를 담은 필름이 바다 아래로 빠져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이들이 만든 위성 중 최고는 '거대한 새'라고 불리던 '헥사곤' 시리즈였다. 동체 길이 18m, 무게 13t의 거대한 첩보 위성은 1초에 필름 약 5m 분량을 촬영할 수 있었다. 평양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보다 약간 먼 약 680㎞를 한 번의 촬영으로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으면서도 일반 주택의 모양까지 정확히 잡아낼 만큼 해상도가 높았다. 이 밖에 '코로나(Corona)' '갬빗(Gambit)' 등의 첩보 위성들은 소련 상공에서 미사일·잠수함·공군 기지와 훈련 중인 대대 전체의 모습 등을 잡아내며 소련에 대한 협상 카드를 제공했다. 헥사곤의 촬영 장치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 필 프레셀은 "지금까지 미국이 궤도에 올렸던 위성 중 헥사곤의 촬영 능력을 따라잡는 위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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