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자리 사라지니 사람도 줄줄이.. 美 '죽어가는 도시' 급증

2011. 1.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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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직격탄' 중서부 심각…'車메카' 디트로이트 인구 반토막20여개市 급속 '도심 슬럼화'…일부선 녹지확대 등 재생 모색

[세계일보]

미국에서 죽어가는 도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을 강타했던 경기 침체의 여파로 도시 전체가 급속한 사양길에 접어들거나 부분적으로 폐허가 증가하는 도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공장 폐쇄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져 주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남으로써 도시 공동화와 슬럼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처럼 죽어가는 도시가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시 등 20여개가 넘는다.

◆죽어가는 미국 도시

역사적으로 도시는 흥망성쇠를 겪게 마련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에도 최근에 인구가 10만명 이상 줄어든 도시가 전체 도시의 25%에 달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제2차 대전 직후인 1950년대에 인구 기준으로 선정된 20대 대도시 중에서 16개 도시의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950년과 2007년의 인구를 비교해 보면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든 대도시가 즐비하다.

오하이오의 영스타운은 16만8330명에서 6만5056명으로 61.4%가 줄었다. 미주리의세인트루이스는 85만6796명에서 35만759명으로 59%가 줄었다. 필라델피아의 피츠버그는 67만6806명에서 29만918명으로 57%가 줄었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는 91만4808명에서 39만5310명으로 56.8%가 줄었다.

미시간의 디트로이트는 184만9568명에서 80만8327명으로 56.3%가 줄었다. 인디애나의 게리는 13만3911명에서 8만661명으로 54.8%가 줄었다. 뉴욕의 버펄로는 58만182명에서 26만4292명으로 54.4%가 줄었다. 미시간의 플린트는 16만3143명에서 10만4867명으로 48.6%가 줄었다.

미국에서 철강 산업의 퇴조와 자동차 산업의 쇠퇴 등 제조업 분야의 침체가 인구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위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도시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애리조나의 피닉스는 물 및 인프라 시설의 부족으로 주민들이 이 도시를 떠났다.

미국에서 2006년에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의 인구는 2000년에 48만5000명이었으나 2006년에 22만3388명으로 줄었다가 2009년에 35만5000명으로 다소 늘어났다.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인 플로리다의 올랜도는 2008년 4월부터 2009년 4월 사이에 9700명가량 인구가 줄어들었다.

◆디트로이트의 비극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 3 자동차 제조업체가 모두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퇴조하면서 디트로이트는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50년대에 180만명의 도시였으나 이제 100만명이 빠져나가고 겨우 80만∼90만명의 도시로 전락했다. 미국의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 최신호는 디트로이트에는 주인 없이 방치돼 있는 빈집이 3만3000채에 달하고, 9만채에 달하는 집터가 폐허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 도시의 전체 주택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디트로이트는 도시 재개발을 꿈도 꾸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든 폐허 지역을 정리해 도시를 축소해야 할 형편에 처해 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데이브 빙 디트로이트 시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1만개에 달하는 건축물과 그 잔해 등을 불도저로 쓸어버리는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버려진 주택 등을 없애 버리면 슬럼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등 도시 빈민들이 살 곳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 단체들은 시 당국이 '인종 청소'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 제조업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때 중산층을 형성했던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의 다수가 직장을 잃고 빈민층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집 값은 중고 자동차 한 대 값만도 못하다. 2008년에 판매된 이 도시 주택 가격의 중간 값은 7500 달러이다.

이 도시의 실업률은 한때 13.3%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12% 정도이다. 19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이 도시 거주자의 소득 중간치는 25%가 떨어져 현재 2만8730달러이다. 시 재정 부족으로 경찰과 소방관을 충원하지 못해 범죄와 화재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죽어가는 도시의 상징인 디트로이트시의 모습.

◆도시 축소

도시 거주 인구가 줄어들면 빈집과 빈 건물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의 특정 지역이 급격히 슬럼화된다. 미국 대부분의 도시들이 이 같은 문제 지역을 안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주택 아홉 채 중 한 채는 비어 있다. 압류 상태에 있는 주택이 120만채에 이른다.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공동화와 슬럼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도시들은 신규 인구 유입이 없기 때문에 도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더욱이 도시 슬럼 지역의 주택들도 법적인 주인은 있게 마련이어서 시 당국이 임의로 버려진 주택을 처리할 수 없다. 미국의 도시들은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토지 은행'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정부나 비영리기관이 버려진 집이나 땅 등을 강제로 매입해 도시 구획 정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토지 은행 제도가 헌법으로 보장된 사유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2005년 찬성 5 반대 4의 근소한 차이로 토지 은행 제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미국 도시들은 이제 슬럼지역을 정비해 도심 공원 등을 만들고, 외곽 지역을 농지로 환원하는 등의 도시 축소화 작업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한때 철강과 광업 도시로 번성했던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는 도시 축소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피츠버그는 100여곳의 슬럼 지역이나 빈터를 도심 농장과 정원으로 바꾸는 '그린업 피츠버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미시간의 플린트시도 인구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데 맞춰 도시를 절반으로 줄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린트시는 도시 지역의 40%가량을 녹지로 바꾸려하고 있다.

◆살아나는 대도시

미국 도시에서 흑인 등 소수 인종과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거주하고, 백인 등 중산층이나 부유층은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게 보편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교통 체증으로 인해 교외 거주가 불편해진 중산층이 도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 시카고,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등 많은 대도시는 도심으로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다.

1990년대에 시카고 10만명, 애틀랜타 2만명, 보스턴 1만5000명, 미니애폴리스 1만5000명 등으로 도시 인구가 늘어났다. 주민들이 도시 경계선 안쪽으로 밀려들면서 도시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지역 재개발 및 문화 시설 등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시를 관리하는 모토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도시가 날로 번성할 때는 '팽창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팽창 관리' 문제가 핵심 과제였다. 도심은 죽어가고, 도시 주변의 교외 지역이 발전하면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에는 '스마트 성장'이 도시 재정비 프로젝트의 목표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구역과 인구 증가 등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 질적인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미국에서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과열됐다. 이 같은 주택 경기 붐을 타고, 주요 도시에서 재개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그렇지만 2007년 말부터 경기 침체기를 맞아 주택 경기의 거품이 빠지면서 미국 도시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모기지를 내지 않아 압류되는 주택이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의 도시는 지금 새로운 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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