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누드등산을 아시나요' NY타임스

노창현 2009. 3. 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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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알프스의 누드 등산을 아시나요.'스위스인들이 알프스에서 남몰래 즐기던 '누드 등산(하이킹)'이 각광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A섹션 8면 톱기사로 "스위스인들의 비밀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스위스의 비밀금고라면 다른 하나는 발가벗고 등산을 즐기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타임스는 두명의 남성 등산객이 등산화만 신은채 발가벗고 눈덮인 알프스 산을 가로지르는 사진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들어 이펜젤 타운을 중심으로 한 알프스 산 일대에서는 스위스인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옷을 거의 입지 않고 등산하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곳 경찰은 피터라는 이름의 남성이 등산화만 신고 배낭만 맨 채 산을 오르다 구금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훈방됐다. 벌거벗고 산을 오르는게 불법이라는 관련법규가 없기때문이다. 이 사건이후 인구 5600명의 아펜젤에서는 이곳이 '누드등산의 메카'가 되면 어쩌나하는 우려를 하게 됐다. 대부분의 산간마을처럼 이곳 역시 보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아펜젤러 치즈와 독한 술로 유명한 이 타운은 여성의 참정권이 스위스에서는 가장 늦은 1990년에야 주어졌을만큼 보수적인 곳이다. 아펜젤의 사람들은 자녀들이 산을 오르다 누디스트들을 만나는 난처한 상황도 문제이지만 이곳이 블로그를 통해 '누드등반에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퍼져 당혹해하고 있다.

이 마을의 마르커스 되리크(49) 씨는 "이곳은 몇시간동안 산을 헤매도 울창한 삼림으로 가득한 캐나다가 아니다. 몇 분 간격으로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는데 옷을 벗고 있으면 얼마나 부담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30년 누드등산 경력을 자랑하는 콘라드 헤펜스트릭(54) 씨는 "나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인사를 하면 그쪽도 인사를 한다. 겨울(누드 산행)에 만나면 '감기 걸리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각가인 그는 영하의 기온에도 모자와 장갑만 착용할뿐 수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등반한다. 아펜젤 일대는 물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산들, 심지어 애팔래치안 산맥 일대까지 누드등반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학교 교사인 여성 동료와 함께 산행을 즐기지만 이 여성은 옷을 입고 등반한다. 그는 누드등반을 하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자유때문"이라고 답했다.

스위스의 법학자들은 누드등반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6쪽짜리 '벌거벗은 사실들: 누드등산에 대한 범죄기소'라는 글을 발표한 다니엘 케티거 씨는 "공공장소에서 누드로 있어도 성적 의도가 없다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펜젤러의 멜키오 루저(63) 법무관리는 "누드등반객들의 옷을 강제로 입히는 법안을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위반자들은 170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법안은 누드등반객들이 많아지는 봄철까지 입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법안이 효력을 발생하려면 타운 광장에서 성년의 유권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투표로 통과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마을 중심가에서 60종의 다양한 치즈를 파는 한스 에지만(57) 씨는 "나도 집안에서는 벌거벗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밖에선 바지를 입는다"면서 법안이 찬성의 뜻을 표했다.

에디스 스콜라즈(48) 씨도 "누드 수영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하이킹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웃 마을인 고사우에서 침을 뱉으면 50 달러 벌금이 부과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알레산드라 마셀리 씨는 "많은 사람들이 누드 하이킹이 괜찮다고 말한다. 찬반의견이 5대5이지만 투표를 하면 찬성이 약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련 사진 있음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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