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융단 폭격' B-52 퇴역 시작
베트남 전쟁 당시 '융단 폭격'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B-52 폭격기가 퇴역을 시작한다. AP통신은 2일 미 공군의 발표를 인용, 현재 운용 중인 B-52 장거리 전략 폭격기 94기 가운데 18기를 우선 퇴역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달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가며 격주에 1기꼴로 사라질 예정이다.
미 공군은 당초 2030년까지 B-52 폭격기를 계속 운용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괌에서 B-52가 추락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후화가 심해지자 결국 퇴역시키기로 했다. 현재 운용 중인 B-52는 모두 1961~62년 제작된 것들이다.
B-52는 '할아버지와 아들과 손자, 3대가 타는 폭격기'로 불릴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대륙간 고공 침투를 통한 전략폭격이 전력 운용상 효율적이며 평시 전쟁의 억지력을 높인다는 판단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52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B-52는 55년 본격 배치된 이후 미 공군의 주력 폭격기가 됐다. 56년 비키니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보잉사에서 제작한 B-52 폭격기는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t, 최대속도 마하 0.95이며 탑승인원은 6명이다. '하늘의 무기고'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폭탄 탑재 능력이 뛰어난 B-52는 중간급유를 하지 않고도 최대 2만㎞를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다. 핵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 베트남전에서 B-52는 12만회 이상 출격하고 약 370만t의 폭탄을 투하했다. 또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 때는 미국에서 직접 무기를 탑재하고 중간급유 없이 이라크와 쿠웨이트로 날아가 작전에 참여했다.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나 미 공군의 한반도 작전 시에도 부분적으로 참가해왔다. 괌 미군 기지에는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되고 있다.
미 공군은 당초 B-1과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를 B-52를 대체할 폭격기로 개발, 실전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 신기종이 약점을 드러내고 차세대 폭격기 사업의 진척도 늦어지고 있어 남은 B-52 76기는 당분간 계속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환보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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