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바마 '레드카펫 결례'?..알고보면 다소 다른 실상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오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항저우 샤오산(蕭山)공항에 내릴 때 비행기 옆에는 중국 측이 제공하는 레드 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에 동체 아래에 있는 비상용 접이식 계단을 사용했다. 카펫을 사뿐히 밟으며 내리는 다른 정상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을 홀대했다며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사정에 밝은 미국 관리들과 외교관들을 인용해 논란의 실상이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르다고 5일 보도했다. 즉,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이동식 계단을 갖고 다닌다. 또 백악관은 이것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중국 정부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도착 전, 중국 고위 관리가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 미국은 이를 수용해 중국이 제공하는 계단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설치 기사를 놓고 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중국은 현지 기사가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경호상에서 소통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영어 구사 가능한 기사를 요구했다. 중국은 이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다 에어포스원 도착 시간이 다가오자, 중국은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리면서 미국의 이동식 계단을 사용해도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 도착 전까지 이동식 계단을 설치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동체 가운데 비상 계단을 통해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등 치안이 극도로 좋지 않은 곳에서만 예외적으로 이 비상 계단을 사용해왔다. 이날 소동은 공항에서 엄격한 보안 통제로 인해 양국 관료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던 일과 맞물려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전 주중 멕시코 대사 호르헤 구하르도는 이번 소동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국가주의적 문화의 일환이다"며 중국 정부 내에서는 "미국이 우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도 이번 소동이 오바마 대통령에 굴욕감을 주기 위한 시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대신에 중국이 G20 회담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무척 예민한 상태임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보안과 미디어 취재를 놓고 미국이 다른 많은 국가들과 진행하는 협조 과정에서 터지는 일의 일부라고 4일 취재진에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외국 대표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 대우를 놓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자신이 해외로 갈 때 대규모 수행단과 보안 때문에 다른 국가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도 다른 수많은 국가에 보다 큰 발자국을 남긴다. 이런 것의 일부다"며 "우리는 수많은 비행기와 헬기, 자동차, 사람들을 대동한다. 호스트 국가라면 가끔씩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 "막후에서 벌어지는 다툼과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평소보다 조금 더 큰 균열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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