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주류 미디어들 똑똑히 보라..'무'에서 50% 이뤄낸 정치혁명"

디모인(아이오와)|손제민 특파원 2016. 2.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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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소 잘 웃지 않는 노 정치인은 청중들의 “필 더 번(Feel the Bern)” 구호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미국 대선의 민주당 첫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일 밤 디모인 공항 홀리데이인 호텔 홀에 모인 청중들을 향해 “땡큐 아이오와”를 연발하며 주먹 쥔 손을 들어보였다. 그는 이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첫 대결인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를 “아직 개표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절반은 얻은 것 같다”며 “사실상의 동점”이라고 선언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코커스 집회에 참석해 웃음짓고 있다.  디모인/AP연합뉴스
샌더스가 아내 제인(맨 오른쪽)과 함께 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숙소에서 민주당 경선 결과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디모인/EPA연합뉴스

약 95%의 표가 집계된 상황에서 힐러리는 665명(49.9%)의 관구 대의원을 확보해 662명(49.6%)을 확보한 샌더스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결과를 동점으로 표현했다.

■“사실상의 동점”

코커스의 정확한 결과는 5~6월 쯤에 나온다. 아이오와주를 대표할 민주당 대의원의 수가 그 때쯤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렇게 적은 표 차이는 번복된 사례가 과거에도 있다. 게다가 아이오와주의 대의원 몫은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 4764명 중 아이오와 몫은 54명 뿐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표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샌더스는 이번 경선 결과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무엇보다 샌더스는 앞으로 더 많은 풀뿌리 선거자금의 기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미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인 힐러리가 대세론을 수성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샌더스가 패배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2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집회에서 연설하는 샌더스.  디모인/AP연합뉴스

샌더스는 “9개월 전 우리는 아무런 조직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경선 결과는 미국의 정치적 주류, 경제적 주류, 그리고 미디어 주류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미디어 주류 언급은 샌더스가 거의 처음 하는 것으로 최근 뉴욕타임스가 힐러리 지지선언을 하고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이 샌더스의 공약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들 언론에 똑똑히 들으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고백한다. 보편적인 건강보험이 특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누릴 권리라고 믿는다.” 이어 “진보, 보수, 중도 모두에게서 듣는 얘기가 있다. 바로 우리의 부패한 선거 캠페인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샌더스는 “1%의 억만장자가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제는 월가가 중산층을 도울 차례”

샌더스는 ‘미국 주식회사’와 월가의 돈을 한푼도 받지 않고 선거운동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9개월 전 5% 미만의 지지율로 시작했던 샌더스 캠프는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적으로 나섰고, 350만 건의 풀뿌리 개인의 소액 기부가 이어지며 첫 경선에서 힐러리와 사실상 동률을 이루게 된 점을 강조했다.

1일 디모인에서 막판 유세를 하는 샌더스. 디모인/AP연합뉴스

샌더스는 청중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정말로 래디컬한(근본적인) 아이디어를 들을 준비가 돼있습니까? 내가 말하는 래디컬한 아이디어는 억만장자 계급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가족을 위해 작동하는 미국 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청중들 사이에는 눈물을 짓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는 여성들에 대한 임금 평등,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 대학 등록금 무상화 등 자신의 공약들을 차례대로 읊었다. “이 사회의 주류는 이 모든 비용을 어떻게 댈 것이냐고 묻는다”며 “내 대답은 월가의 투기이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때 중산층은 월가를 위해 희생했다. 이제는 월가가 중산층을 도울 차례다”라고 했다.

끝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이 모든 일들은 버니 샌더스를 포함한 어떠한 대통령들의 힘으로도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함께 할 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오와가 오늘 한 일이 바로 그러한 정치혁명의 시작입니다”

<디모인(아이오와)|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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