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중인 교황, 논란이 되고 있는 선교사 성인 선포

김세훈 기자 입력 2015. 9. 24. 14:38 수정 2015. 9.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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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선교사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23일 미국 워싱턴 바실리카 국립대성당을 찾아 방미 첫 미사를 집전하고, 선교사 후니페로 세라(1713∼1784)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스페인 출신인 세라 신부는 1769년 스페인의 캘리포니아 통치 당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주한 뒤 선교원을 세우고 원주민들을 대거 개종시켜 미국 땅에 가톨릭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라 신부는 70세를 일기로 1784년 선종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8년 성인이 되는 첫 단계인 복자로 선포됐다. 세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포된 성인이 됐다. 교황은 “세라 신부는 원주민들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그들을 마구 다루고 남용한 이들로부터 보호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후니페로 세라
그러나 세라 신부의 선교 과정에서 당시 원주민 수만 명이 전염병과 영양실조, 잔혹한 대우 등을 겪으며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원주민 후손들은 “우리 조상과 문화의 살인자를 성인으로 선포하는 데 반대한다”며 교황청의 시성 추진 방침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1만여 명 이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라 신부의 시성을 주관해서는 안 된다는 온라인 청원 캠페인에 서명하기도 했다. 원주민 부족 단체를 이끌고 있는 발렌틴 로페스(63)는 교황이 그를 성인으로 선포했다는데 대해 “믿을 수가 없다. 너무 놀랐다”며 “성인이라고 하면 예수의 삶과 말을 따라서 생활해야하는데 세라는 예수 스타일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LA 호세 고메스 대주교는 “스페인 신부가 미국에 와서 행한 일들은 정말 많다”며 “이번 성인 선포는 교황이 미국을 방문해 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가톨릭단체 관계자는 CNN에 “교황이 정말 깨끗한 성인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그만한 인물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BC는 ‘세라, 성인인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원주민 단체 네이티브아메리칸스는 세라가 원주민 말살, 노예화 등 인권 유린 등을 저질렀다며 그가 성인으로 선포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7월 볼리비아 방문 때 “신의 이름으로 미국 원주민들에 가해진 수많은 매우 심각한 범죄”에 대해 용서를 구한 바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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