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뉴욕의 빈민가정 촛불 켜고 자다 아이 셋 숨져

2013. 10.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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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요금 수천달러 못내 전기 끊겨

금융위기뒤 체납 단전가구 급증

25일 저녁 8시, 뉴욕 브롱크스 양키구장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 젊은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불이야!" 3층 아파트에서 아이 다섯과 함께 살던 25살의 타시카 터너였다. 이웃들이 달려가 발로 문을 차서 열자 불길이 현관 밖으로 널름거렸다.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자욱한 연기를 뚫고 집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이웃들은 창문에 소방용 사다리를 걸치고 엄마와 4살짜리 아이, 4개월된 젖먹이를 구했다. 소방서 당국은 신고 3분36초 만에 달려왔지만 집에 남은 아이 셋을 구할 순 없었다. 5살, 2살, 4개월 된 또다른 쌍둥이 아이가 숨졌다. 100여명의 소방관이 출동했는데, 불길은 1시간30분 만에 잡혔다. <시엔엔>(CNN)은 불이 났을 때 아이들이 거실에서 잠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이 화재는 터너가 부엌에 켜놓은 촛불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터너가 촛불을 켠 이유는, 전력회사인 콘 에디슨이 24일부터 전기를 끊은 탓이다. 콘 에디슨 쪽은 "웬만하면 전기를 끊지 않고 전기료 납부 계획을 제출하라고 하지만, 터너의 경우엔 수천달러가 밀려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웃들은 터너가 평소 아이들을 애지중지했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세입자인 발레리 프레이지어(47)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터너는 평소 아이들을 웃겼고 함께 놀아줬다. 그는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2006년에도 시카고에서 멕시코계 이민자 가족이 전기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겨 한달 동안 촛불을 켜고 지내다 불이 나 아이 8명 중 6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전기요금을 체납해 단전 조처를 당하는 가구가 급증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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