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과 손잡고 얼굴붉힌 승리

2013. 7. 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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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국가안보국 감시 제한' 법안 하원서 부결

205 대 217…찬반 표차 아슬아슬오바마, 반대성명 등 저지 총력'민주주의 수호자' 자부에 먹칠상원, 새 '빅브러더' 규제법안 준비

에드워드 스노든(29)의 폭로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하원에 상정된 '국가안보국(NSA) 감시 제한' 법안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이 법안에 반대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실로 오랜만에 의회를 상대로 뜻을 관철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부와 이례적 협력을 통해 이뤄낸 성과가 하필 '빅 브러더 규제법 저지'라는 건 역설적이다.

미국 하원은 24일 국가안보국의 저인망식 개인정보 수집을 막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205 대 반대 217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국가안보국 등 정보당국의 정보 수집 대상을 '수사 중인 목표물'로 제한해, 일반 시민에 대한 정보 수집을 금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법안을 저지하려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키스 알렉산더 국가안보국장이 전날 하원의원들을 만나 무려 4시간에 걸쳐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법안은 부결됐지만, 의원들의 견해는 첨예하게 갈렸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의원 94명이 (반대) 당론에 반기를 들었고, 민주당 의원 111명도 대통령한테 반항했다"며, 의원의 소신에 따른 표결이 이뤄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표결에 앞서 의회에서는 프라이버시권과 국가안보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의 근거인 '애국법'의 최초 제안자 중 한 명이 감시 제한 법안을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 제임스 센센브레너 의원은 "정부한테 모든 미국인의 전화기록을 보여주려고 애국법을 만든 게 아니다. 이제 멈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정보위원장은 "9·11 테러를 12년 만에 잊을 정도로 기억이 흐러진 것이냐"며 법안을 저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전체 435명 가운데 200명이 넘는 하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의회의 강한 우려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민주당 존 코니어스 의원은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싸움은 이제 상원으로 옮겨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마크 우달 상원의원도 이에 화답하듯, 정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멈추게 할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이 국가안보국의 정보 수집에 부정적인 점도 의회엔 부담이다. <시비에스>(CBS)가 2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67%는 전화기록 수집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답했다. 테러리스트 적발을 위한 것이라는 여론(52%)보다 15%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를 폭로한 스노든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에이비시>(ABC)가 18∼21일 벌인 여론 조사에서, 53%가 스노든을 기밀유출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43%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48%에서 36%로 낮아졌다.

미국 정부도 24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머물고 있는 스노든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날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 신청서 접수 확인증을 발급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스노든의 지위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미국은 스노든을 반드시 본국으로 송환해 기밀유출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스노든을 면담한 아나톨리 쿠체레나 변호사는 "아직 망명 허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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