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 '1984' 판매 5800%↑ '감시' 의미 곱씹는 미국

2013. 6. 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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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정보수집 폭로 뒤 베스트셀러

가디언, 묵인한 미국인들 비판도

스노든 "홍콩에 머물며 싸울 것"

9·11 이후 국가안보를 앞세운 정부의 폭넓은 감시 활동을 묵인해온 미국인들이 다시 '빅 브러더'의 문제를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정부가 세계에서 벌인 전화와 인터넷 개인정보 수집 활동이 드러난 이후,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빅 브러더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12일(현지시각) <1984> 센테니얼 에디션의 판매량이 11일 밤 현재 5800% 급증했으며, 판매 순위는 7397위에서 125위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같은 책의 시그닛 클래식 에디션 판매량도 287% 늘었고, 810위에서 209위로 올랐다. 1949년에 처음 발간된 책이 60여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한 것이다.

세 건의 특종 보도로 세계에 오바마 정부의 '일급기밀'을 폭로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현상에 주목했다. 신문은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과 오웰이 그린 빅 브러더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오만한 테크놀로지의 위험에 관한 것으로만 읽는다면 틀린 것"이라며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감시기술과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1984>는 전체주의 지배 시스템 속에서 윈스턴 스미스라는 개인이 저항하고 순응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오세아니아라는 나라에서 당이 허구적 인물인 빅 브러더를 내세워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주인공 스미스가 일하는 진실부(the Ministry of Truth)는 "전쟁은 평화고,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다"라는 슬로건을 쉼없이 되풀이한다. 이 소설은 오웰이 옛 소련의 현실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돼왔지만 소설 속 오세아니아는 전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의 미국과도 똑 닮았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은 11일 개인 통화기록을 수집해온 국가안보국(NS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국가안보국이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와 4조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빅 브러더 논란'을 계기로 자유와 헌법과 국가와 삶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와 "미국에서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과 리버티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떤 종류의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까? 어린이들은 모든 행동이 어딘가에 파일로 기록되리라는 것을 의식하며 자랄 것이고, 나는 그것이 바로 그 오웰리언(국민을 완전히 통제하는 정부)이라고 생각한다"고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한편 언론에 미 정부의 감시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난 10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나간 뒤 소식이 끊겼으나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다시 등장했다. 그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법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게 아니라 범죄를 폭로하기 위해 홍콩에 왔다"며 "홍콩에서 머물며 미국 정부와 싸우겠다. 홍콩의 법원과 시민들이 내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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