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한국측, 피해 인턴과 접촉 말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미국 측이 한국 당국자들에게 피해자와 접촉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측 자체 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12일(현지시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워싱턴 경찰당국은 "한국 측 관계자들이 피해자와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미국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판사가 가해자 등을 상대로 피해자 접촉금지(injunction) 명령을 내리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이 명령이 적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사건 초기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사건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피해자 진술은 받지는 못했다. 주미대사관 측도 오해를 우려해 피해자와 접촉하지 않았다.
미 경찰은 8일 작성한 사건 신고서를 통해 이번 사건을 성추행(sexual abuse) 중에서도 경범죄(misdemeanor)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이 7일 밤 9시30분∼10시 워싱턴 W워싱턴DC호텔 지하 바에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쥔 행위에 대한 1차 판단이다. 사건 신고서는 인턴 여성과 한방을 쓰던 주미대사관 한국문화원 여직원이 최초 신고한 내용과 피해 인턴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직원은 사건 직후 문화원 측에 사직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새벽 윤 대변인이 페어팩스호텔 방으로 거의 발가벗은 상태에서 여성 인턴을 불렀다는 의혹이 경찰 조사에서 혐의로 인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난받을 일이지만 윤 전 대변인으로선 변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성추행 의혹을 처음 폭로한 미국 한인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가 해킹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미시USA는 이날 게시판을 통해 "서부시간 11일 새벽 사이트에 대한 불법적인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약 30분간 특정 게시판의 공지문을 관리하는 아이디가 일부 점유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게시판의 공지사항 글들이 악의적으로 변조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해킹과 성추행 의혹의 연관성은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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