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싹튼 검은거래..배신으로 결국 들통

2013. 4.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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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보 주고 댓가 챙긴 금융전문가

공모자 배신과 기획수사에 덜미

FBI, 통화녹음·금품수수 촬영해적발 힘든 내부자거래 혐의 입증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노스랜치 컨트리클럽은 갑부들이 많이 찾는 골프장이다. 주차장에는 메르세데츠 벤츠와 재규어, 베엠베(BMW) 같은 고급차가 즐비하고, 골프장 주변은 로스 패드레스 국립 휴양림의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다. 이런 계급적, 지리적 보호막을 갖춘 골프장이 세계 최대 회계법인 케이피엠지(KPMG)의 내부자거래( <한겨레> 11일치 14면)가 이뤄진 무대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외부에 흘린 혐의로 기소된 케이피엠지의 전 임원 스콧 런던이 '검은 거래'에 발을 들여놓게 된 시점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골프장 회원이던 런던은 우연히 로스앤젤레스의 부촌 엔치노에서 보석 상점을 운영하는 브라이언 쇼와 함께 라운딩을 하게 됐다. 대대로 보석 거래를 해온 이름난 가문 출신의 쇼와 잘 나가는 회계법인의 고위 임원 런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골프는 물론 가족을 동반한 저녁식사 모임도 잦아졌다.

그러다 쇼가 2009년 경기불황의 여파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런던은 쇼를 돕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골프 라운딩 때 자신의 고객사와 관련한 공개된 정보를 쇼에게 알려주며 주식을 언제 사고팔아야 하는지 등을 조언했다. 쇼는 런던의 자문 덕분에 주식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2010년부터는 런던이 아예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넘겼다. 장소도 골프장을 벗어나 쇼의 보석상 뒷골목 등 한적한 곳을 이용했다.

쇼는 그 대가로 런던에게 투자수익의 10%를 넘겼다. 한 번에 100달러짜리 지폐 100장이 담긴 마닐라 봉투를 검은색 종이백에 넣어 전달했다. 1만2000달러짜리 롤렉스 시계와 4만5000달러에 이르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콘서트 티켓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런던은 "친구끼리 대가는 필요없다"면서도 쇼한테서 돈을 계속 받았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밝혔다.

이들의 검은 거래가 들통난 계기는 2012년 4월 유니온뱅크의 퍼시픽캐피털뱅코프 인수 사건이었다. 쇼가 이보다 한 달여 전에 런던한테서 정보를 입수한 뒤 퍼시픽캐피털의 주식과 콜옵션을 무더기로 사들여 무려 36만5000달러를 챙긴 사실을 포착한 연방수사국이 쇼의 은행계좌를 동결해 버렸다. 당황한 쇼가 이 사실을 런던에게 알리자, 그는 "내부자거래는 카지노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과 같다. 걸려도 속임수 쓴 것을 입증할 수 없으니 그냥 카지노에서 떠나라고 할 뿐"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6개월 뒤 연방수사국에 소환된 쇼는 '친구'를 배신하고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연방수사국은 금융 전문가인 런던을 잡으려고 함정수사를 기획했다. 쇼는 2013년 1월 수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에게 전화를 걸었고, 런던은 6일 뒤에 공개될 허벌라이프의 실적을 쇼에게 미리 알려줬다. 런던은 "처음에는 금융당국이 눈치채지 못하게 허벌라이프의 주식을 조금씩 사라"는 조언까지 해줬다.

연방수사국은 쇼에게 5000달러를 준 뒤 이를 런던에게 건네라고 지시했다. 수사관들은 쇼가 보석상 뒷골목에서 런던을 만나 돈을 건네는 장면을 촬영한 뒤, 둘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와 함께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골프장에서 싹튼 '비뚤어진 우정'이 7년여 만에 파국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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