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누구를 '열외'로?..깊어지는 사우디 고민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 = 저유가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라크가 알제리 회담에서 도출된 감산 합의에서 자국을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우디의 감산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알제리에 모여 전체 산유량을 일평균 3250만배럴에서 3300만배럴 사이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국가별 감산 쿼터는 다음달말 비엔나 정기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상황을 이유로 감산 의무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미 이란과 나이지리아, 리비아는 감산 의무를 면제 받은 상황이다. 이 네 국가의 산유량은 OPEC 전체 생산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제이콥 컨설턴트는 이라크가 감산 의무를 피해가기를 희망하면서 OPEC은 석유수출국기구가 아닌 ‘감산 면제 산유국 기구’(Organization of Producers Exempt from Cuts)가 됐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 사우디의 고민…떠안거나 신뢰 실추되거나
이라크까지 감산 의무 면제를 요구한 상황에서 사우디는 OPEC의 수장으로써 더욱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감산 쿼터를 대신 떠안아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는 상황을 감수할 것인지, 감산 합의를 무효화해 석유 카르텔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상황을 연출할 것인지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악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일평균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감산이 진행되면 사우디의 산유량은 2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게 된다. 최적의 시나리오를 따랐을 경우 사우디의 감산 쿼터는 일평균 60만배럴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 200만배럴 감산해야 할 수도
알제리 회담에서 도출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평균 130만배럴을 감산해야 한다. 사우디에게 있어 ‘OPEC 감산 최적의 시나리오’는 나이지리아가 생산 목표치를 회복하고 리비아는 증산을 지속하되 이란과 이라크,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은 지난달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가 나란히 지난달보다 산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OPEC은 감산 목표 달성을 위해 일평균 200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축소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전문가들은 앙골라, 가봉, 알제리, 에콰도르 등 다른 OPEC 회원국들이 감산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우디의 감산 노력에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NB뱅크의 토브욘 추스 투자 전략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각각 일평균 40만배럴, 1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른 회원국들의 감산 쿼터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y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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