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아무도 모른다..소용돌이 속으로

김신회 기자 2016. 6. 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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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쇼크]유례없는 EU 탈퇴 현실화..상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 엄습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브렉시트쇼크]유례없는 EU 탈퇴 현실화…상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 엄습]

영국이 끝내 유럽연합(EU)을 등지기로 했다. 유럽 통합체제 아래 약해진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23일(현지시간) 치른 국민투표에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을 던져줬다. EU 탈퇴는 유례없는 일로 브렉시트의 향방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英 반EU 정서 폭발…캐머런 '자충수' 영국에서 최근 고조된 반 EU 정서는 유로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EU 28개국 가운데 19개국이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이고 영국의 파운드화처럼 자체 화폐를 쓰는 나라는 9개국밖에 안 된다. 독일이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을 주도하며 EU의 역할을 강조한 게 반감을 부추겼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채 책임만 강요당했다고 불평한다.

탈퇴파는 특히 EU의 규제와 막대한 예산분담 책임,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을 도마에 올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솅겐조약에서 비롯된 이주민 문제였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세계적인 저성장 여파로 부족해진 일자리와 복지예산을 한해 25만명에 달하는 이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최근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와 난민사태가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유럽 통합에 대한 영국의 삐딱한 태도는 뿌리가 깊다. 영국은 EU의 시초로 1951년 창설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영국은 ECSC에서 파생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가입했지만 2년 만인 1975년 EEC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당시엔 67% 이상이 잔류를 선택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부터 영국이 유럽 통합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그의 각료 6명을 비롯한 보수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특히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동지였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시장이 탈퇴파 선봉에 섰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건 당내 분열을 수습하고 영국 내 반 EU 정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자충수가 됐다.

◇'브렉시트' 아무도 모른다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 의사를 밝힌 뒤 2년 안에 다른 회원국과 탈퇴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마쳐야 한다. 영국은 협상 중에 EU 조약과 법령을 따라야 하지만 의사결정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고 EU 체제 내에서 맺은 모든 협약의 효력이 중단된다.

캐머런 총리는 투표 전에 브렉시트 결정이 나면 즉각 EU에 통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사퇴 압력에 직면하면 지연될 수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현실적으로 영국이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끝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EU 탈퇴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경제다. 탈퇴파는 영국이 EU에서 벗어나는 게, 잔류파는 영국이 EU에 남는 게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잔류파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라는 거대한 단일시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연구소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최악의 경우 영국 GDP(국내총생산)가 6.3-9.5%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반면 탈퇴파는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가 속한 유럽경제지역(EEA)과 스위스 등 EU 구성원이 아니면서 시장 접근권을 얻은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예산 분담, 규제 준수,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 등 EU에 대한 책임을 피한 채 시장 접근권만 갖겠다는 구상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게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가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면서 치르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 노르웨이의 경우 EU 예상 분담금이 영국의 80-90%에 이르고 EU 법률의 75%를 따라야 한다. EEA 회원국과 스위스 등 4개국은 모두 '솅겐 비자 자유여행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EU의 역내 자유통행권 안에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 연방국가들과 함께 다른 나라와 개별 협정을 맺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국가들은 오히려 영국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대륙에 진출해왔고 개별 협상이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오히려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EU "재협상 없다"…유럽 통합체제 붕괴 위기 EU의 입장도 강경하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특히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브렉시트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의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연방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렀지만 55.3%가 반대해 분리독립이 좌절된 바 있다.

브렉시트가 유럽 내 반통합 정서를 폭발시켜 EU 탈퇴 도미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 유럽 대륙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완전한 유럽 통합체인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유럽의 꿈'이 물 건너 가는 셈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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