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국 경제에 화난 아저씨'들이 찬성한다"

이혜인 기자 2016. 5. 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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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음달 23일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된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민들의 여론을 조사해보니 저소득, 중장년 계층이 브렉시트를 강하게 찬성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경제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NH투자증권의 안기태 연구원은 ‘아저씨가 화난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영국 브렉시트 여론은 저소득·중장년 계층이 선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영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려면 경제 전체 상황이 아니라 중장년 계층이 처한 상황을 통해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찬반 의견을 살펴보면 계층간, 연령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관리직의 고소득 계층과 18~24세 사이의 청년층은 영국이 EU에 남는 것에 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단순 노무자·실직자를 포함한 저소득 계층과 60세 이상의 고령층은 영국이 EU에서 나가는 브렉시트를 선호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여론을 보면 장년층, 저소득층이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자료|NH투자증권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보고서는 1955년에 태어난 60대 영국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영국 경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살펴봤다. 1955년생들이 성년이 된 후인 1975년 영국에서는 유럽연합(EU)의 전신이라 할 만한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잔류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유럽에 좀 더 다가가고 싶어하는 분위기 속에서 67%의 찬성으로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EEC에 잔류한 후 1955년생들은 영국의 경제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진다고 느꼈다. 이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던 시기는 실업률이 10%가 넘을 정도로 영국경제가 지독한 불황에 직면한 때였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은퇴를 하고 나서도 계속 일을 해야만 할 정도로 경제가 좋지 않았다. 자녀들이 성년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못해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게 되면서 중장년층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졌다.

안 연구원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부를 그 원인으로 겨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년층은 자산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이민자나 그리스 같은 EU 회원국으로 그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미국의 중장년층이 이민자 혐오 발언을 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영국의 중장년층은 성년이 된 이후로 영국 경제 상황이 계속 좋지 않았다고 느낀다.자료|NH투자증권

하지만 중장년층의 분노는 브렉시트로 연결되지 않고 분노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벳페어(Betfair)를 비롯한 영국 도박사들은 브렉시트 확률을 30% 이하로 보고있다고 한다.

지난 2월 영국은 EU와 협상을 통해 해외 이주민을 받아도 주거, 의료 등에 복지혜택을 줘야만 하는 회원국의 의무를 4년 동안 면제받기로 했다. 변화를 바라던 사람들도 실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안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다.

안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파운드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브렉시트에서 영국이 탈퇴를 선택하지 않는 한 유로와 파운드는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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