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선교에 사제 꼭 필요치 않아…자생적으로 복음화한 한국이 좋은 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신자에게는 양심에 따라 동성 결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또, 선교에 사제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면서 자생적으로 복음이 전해진 한국을 특별히 언급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17일(현지시간) 발간된 프랑스 가톨릭 신문 라 크루와의 인터뷰에서 동성 결혼 등 쟁점에 대한 질문에 "일단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국가는 양심을 존중해야 한다"며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일지라도 모든 법적 판결에 있어 양심적 반대는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적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양심적 반대가 보장돼야 진정한 세속주의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이탈리아 의회가 서유럽 국가 중 마지막으로 동성 간 결합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그동안 동성 결혼 문제에 관해 다소 엇갈리는 행보를 보여 왔다. 2013년에는 "내가 누구라고 동성애자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올 초 이탈리아에서 동성 간 결합 허용 법안에 반대해 가톨릭 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벌일 때에는 명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교황은 그러나 가톨릭 교회에 있어 진정한 가정은 이성 간 결합으로 이뤄진 가족이 유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 크루와의 이어진 회견에서 프랑스에서 사제의 소명이 위기에 처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복음을 전하는데 사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례가 선교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그 역사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한국의 경우 중국에서 들어간 선교사가 처음 복음을 전했고, 그들이 곧 떠났으나 2세기에 걸쳐 평신도들에 의해 복음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어 "유럽은 기독교 뿌리를 갖고 있고, 기독교도라면 그 뿌리를 잘 가꿀 의무가 있다"며 "다만, 발을 씻겨주는 것과 같은 봉사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 주교회의를 이끌고 있는 안젤로 바냐스코 추기경은 이날 바티칸에서 개막한 연례 주교회의 총회에서 이탈리아 의회가 통과시킨 동성 간 결합 허용법은 대리모 허용으로 가는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바냐스코 추기경은 "그런 급하지 않은 사안에 왜 그리 큰 주안점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 의회는 이 문제 대신 일자리 부족, 빈곤 증가, 출생율 감소, 도박 중독의 폐해와 같은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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