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국 일본 '노후파산' 원흉은 주택정책"
저비용 공공임대주택 부족…입주경쟁률 300대1 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노인대국' 일본에서 노후파산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주택정책 잘못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값싼 임대주택이 너무 적으므로 젊었을 때는 물론이고 은퇴 이후에도 주거비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현실을 꼬집은 지적이다.
1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노후파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14년 후생노동성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세대의 58.8%가 "생활이 괴롭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자만 2013년 기준으로 88만명이다.
신문은 노인생활이 힘든 것은 일반적인 월급쟁이들이 살 수 있는 값싼 공공임대주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생활 중에 집세가 비싼 민간 임대주택이나 고가의 단독주택 등에 살아야 해 노후대비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광역단체나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주택의 입주자는 전체 세대의 3%대에 그친다. 공급이 적어 입주자격도 엄격하다. 도쿄도영 임대주택에 부부가 살려면 연간 세대소득이 227만6천엔(약 2천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반면 대부분 유럽 국가는 많은 사람이 큰 부담 없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프랑스, 영국에서는 임대주택 가운데 20%가 공영이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주변도 공공임대주택이 많다고 한다.
일본의 자가보유 비율은 60%대로 높다. 독일의 자가비율은 40%대다. 프랑스는 55% 전후다. 주택가격도 일본보다 싸다. 일본의 주택가격은 연 수입의 5배 전후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민간 임대주택의 집세도 일본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본의 임금 수준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 독일의 3분의 2, 프랑스의 5분의 4 정도다. 주거비용이 많이 들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은 애당초 어렵다. 연금제도까지 미비해 65세 이상 일하는 비율이 30%로, 프랑스의 1%와 대비된다.
일본인의 자가보유 지향성이 강해진 것은 1945년 이후다. 공공임대가 부족해 비싼 민간임대나 내집 마련을 선택해야 했다.
유럽 선진국은 젊어서 저축을 적게 해도 은퇴 후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 일본에도 월 1만엔(약 10만원)대 독거노인용 임대주택은 있지만 입주자격이 까다롭다. 2월 도쿄 분쿄구의 임대주택 추첨비율은 무려 335대 1이었다.
마쓰타니 아키히코(70) 정책연구대학원 명예교수는 "고령자에게 제일 큰 부담이 주택비용이다. 자가보유 연금생활자에게도 고정자산세와 수선비용, 관리비 등의 부담은 크다. 저가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면 노후파산의 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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