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특파원이 체험한 7.3 강진..침대 요동친 후 '암흑천지'
정전에 '올아웃'…투숙객들 호텔로비·인근 주차장서 밤새 여진 공포
호텔 종업원들은 웃는 얼굴로 차분히 대피 권유
(구마모토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호텔 객실 침대가 헹가래 치듯 흔들렸다. 큰 지진 때면 울리는 스마트폰의 지진 알림 애플리케이션 소리는 건물 흔들리는 소리에 묻혔다.
'기사를 써야 할 상황이다' 싶어 컴퓨터를 켜자 컴퓨터는 배터리의 힘으로 전원이 켜졌지만 객실 내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았다. 안경을 찾기 위해 방안 스위치를 올렸지만 역시 켜지지 않았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한 이튿날인 15일 도쿄에서 현장으로 내려온 기자는 구마모토시 주오(中央)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16일 새벽 규모 7.3의 강진을 직접 경험했다.
흔들리는 방 안에서 안경을 찾느라 한참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물건을 늘 같은 자리, 정해진 자리에 놓지 않는 습관이 위기 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 또 1분쯤 시간이 주어질 때 꼭 챙겨야 할 물건 리스트 정도는 평소에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도 처음 깨달았다.
급히 필요한 물건들을 허둥지둥 챙기는 사이 약 10분이 흐르자 호텔 직원이 초인종을 누르며 인근 편의점 주차장으로 대피할 것을 재촉했다. 하지만 유니폼 차림에 웃는 얼굴로 차분히 대피를 권하는 이 직원의 모습에서는 긴박감을 느낄 수 없었다. 고도의 훈련으로 몸에 밴 침착함인 듯 싶었다.
이 직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투숙객들이 밖으로 나가는 동안 호텔 내 정해진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거의 평상시와 같은 표정과 어조로 대응했다.
다른 투숙객들이 모여있는 주차장에 가자 건물 밖인데도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을 다시 느꼈다.
호텔 주변 지역에서 진도 6을 기록한 오전 1시 25분의 이날 첫 강진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20분 사이에 최고 진도 5에 육박하는 강진이 1차례, 6에 육박하는 강진이 두차례 더 있었다.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동틀 때까지 몇 분, 또는 십 몇분마다 한번꼴로 땅을 흔든 여진은 그 자체도 무서웠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두렵게 느껴졌다.
호텔 직원은 '24시간 안에 다시 '규모 7' 전후의 강력한 여진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있으니 가급적 대피가 쉬운 호텔 로비에 있으라'고 권했다. 결국 날이 새도록 호텔방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여진이 잠시 진정됐을 때 짐을 찾기 위해 호텔방을 다녀오는 길에 호텔 복도에는 화분들이 예외없이 쓰러져 있었고, 소화전 안에 있던 소화기까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방안의 커피포트는 카펫을 적신 채 누워 있었고 호텔 입구의 벽과 주변 건물의 벽에는 타일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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