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상자 연 미국..각국 '금리전쟁' 소용돌이 속으로

황형규,박만원,이덕주 2015. 12. 17. 17: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동 산유국 즉각 금리 인상..英·멕시코도 저울질거꾸로 가는 ECB·일본銀선 추가 양적완화 '만지작'금리차 커질수록 뭉칫돈 글로벌시장 뒤흔들 가능성

◆ 美 금리인상 / 불붙은 글로벌 생존게임 ◆

미국이 9년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 세계 다른 국가들도 각자도생식 통화 정책 운용에 들어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자 유출 비상이 걸린 신흥국들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나섰다.

반면 유럽·일본은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는 등 통화 팽창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경우 통화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서 달러페그제까지 포기하며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경쟁력 제고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공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세계 각국 통화 정책이 럭비공 튀듯 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 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원유 가격 급락으로 재정적자 급증 비상이 걸린 중동 산유국들은 뭉칫돈 이탈을 막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자마자 따라서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은 미국 금리 인상 발표가 나온 직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 나머지 회원국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막대한 홍콩도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지난달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페소화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멕시코는 물가상승률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지만 외자 유출 우려로 곧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신흥국과 달리 디플레이션 탈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은 오히려 양적 완화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미국 통화 긴축 정책과의 대분기(그레이트 다이버전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BOJ는 17일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양적 완화 지속 논의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1월 BOJ가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예금 금리를 낮추고 양적 완화 기간을 6개월 연장한 ECB는 추가 양적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CB와 BOJ는 최소 2017년 상반기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할 전망이다. 주요국 통화 정책이 충돌하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가 2017년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중앙은행 정책이 분열되는 것은 여러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통화당국은 정책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6%에 달할 정도로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태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금리를 섣불리 인하하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에서 유출된 외자는 87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결국 중국 인민은행은 당분간 금리 대신 지급준비율을 내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위안화 달러페그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덜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달러와의 페그제를 포기하고 13개 주요 교역국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연동시키면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17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4757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보다 위안화 가치를 0.20% 떨어뜨린 것으로 201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아프리카 국가 중 3위 산유국인 남수단은 강달러와 유가 폭락에 이날 달러페그제를 포기했다. 그 여파로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가치가 하룻밤 새 86%나 폭락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