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유가추락에 재정고갈.."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2015. 12. 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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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제유가가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오일머니'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중동지역 산유국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르면 3년 내에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가 생산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산유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 중동 산유국 모두 적자 상황

국제통화기금(IMF)의 '중동·중앙아시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은 올해 모두 재정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는 해당 산유국이 재정 적자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유가 수준을 뜻한다.

국가별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배럴당 105.6 달러인데, 현재 국제유가는 37.5달러(8일 기준)로 내려와 있다.

올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1천300억 달러를 기록,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할 전망이다.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도 각각 107 달러, 72.6 달러에 이른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가장 낮은 국가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으로 45.5 달러다. 현재 국제유가는 이보다도 낮다.

경상수지 균형 유가를 따져보더라도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산유국이 모두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제리의 경상수지 균형 유가는 배럴당 90.4 달러, 이라크는 65달러였으며 쿠웨이트는 41.1 달러다.

앞으로도 저유가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3∼20년 사이에 산유국들의 유동 자산이 고갈될 전망이다.

IMF는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하지 않는 중동지역 산유국의 경우 3년, 바레인, 오만, 사우디는 5년 안에 유동 자산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코카서스·중앙아시아(CCA) 지역 산유국은 15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는 20년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너에 몰린 산유국들은 기존에 비축해뒀던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빼거나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예산 절감을 위해 보조금 지급이나 무세금 정책 폐기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손성현 대외정책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동지역 국가들은 '아랍의 봄' 영향을 막기 위해 재정을 확대해서 복지와 공무원 급여 인상을 해왔다"며 "이 같은 부분이나 개발 프로젝트의 예산을 줄이기 어려워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생산원가 맞추기도 힘들다…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

산유국들은 원유 판매가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영국, 브라질, 캐나다의 생산비용이 모두 40달러 이상으로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주요 국제유가보다 높다.

미국과 노르웨이, 앙골라, 콜롬비아의 생산원가도 모두 35∼36 달러 언저리로 유가가 1∼2달러만 더 떨어져도 생산비용이 가격을 웃도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아직 여력이 있는 국가는 이란(12.6 달러), 아랍에미리트(12.3 달러), 이라크(10.7 달러), 사우디(9.9 달러), 쿠웨이트(8.5 달러) 등이지만, 이들 국가도 저유가 여파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내년 1분기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위기는 내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산유국들의 신용등급도 모두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Caa3' 등급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도 부도 위험이 높은 'CCC'로 평가받았다.

브라질의 경우 무디스로부터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aa3'과 함께 등급전망으로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OPEC 중소국가인 앙골라는 무디스로부터 투자등급을 상실한 'Ba2'라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도 피치 투자등급의 맨 아래인 'BBB-'를 받았으며, 무디스에 의해서는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됐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블화 환율 급등과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산유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최근에 시사했다.

피치는 지난해에도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산유국 다섯 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사우디와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피치는 "저유가가 주요 원유 수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년까지 현재 유가 수준이 이어진다면 중동 산유국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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