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무산되나

양진하 2015. 11. 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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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위원회 활동시한 연장 실패

자료 흩어지고 추진 주체 사라져

일본 징용시설 등재에 대응 못해

“정부, 관계 개선 위해 해산” 의혹

일제 강점기 혹독한 자연환경과 노동조건으로 악명이 높아 '감옥섬'으로 불린 하시마(端島) 탄광.

일제의 강제동원 기록조사를 맡은 정부기구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해산절차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해산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일본의 강화된 역사왜곡과는 상반된 대응이란 비판이 높다.

정부는 지난 6월 일본이 하시마(端島ㆍ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에 맞서 강제동원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소속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회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활동시한 연장에 실패, 강제동원 조사 주체가 내년 초 사라질 예정이다.

29일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원위원회 상설화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26∼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았다. 당시 행자부는 “수 차례 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했으니 더는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과 야당 의원들도 이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위원회는 2010년 한시 조직으로 발족되면서 매년 존속기간 연장이란 불안한 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상설화는 물론 활동기간 연장마저 무산되면서 결국 해산 5년 만에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지원위원회의 가장 큰 설립 취지인 강제동원 피해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앞서 지원위원회는 7~8월 문화재청이 진행한 ‘2016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대상 기록물 공모’에 그 동안 수집된 강제동원 기록물 33만7,000여건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이달 25일 문화재청이 개최한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회의’에서 내년 3월에 등재 신청할 기록물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의 심의를 받는다 해도 객관적 자료가 부실해 탈락 확률이 높아 우선 등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탈락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더 수집할 지원위원회마저 해산되면 사실상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원위원회가 없어지면 사진ㆍ피해자 명부 등 기록은 부산 역사관에 남고, 심의조서와 같은 공문서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 지원위원회는 “등재신청을 하려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영문작업까지 해야 하는데 자료가 흩어져 사실상 등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위원회 해산을 추진하는 것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일본이 군함도 등 조선인이 징용됐던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에 대한 ‘맞불’로 강제동원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한 것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일제강제동원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운동본부’의 이치수 상임대표는 “유네스코 등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했던 전쟁과 인간성 상실의 기록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검증해 세계와 공유한다는 의미”라면서 “위원회가 해산되면 유네스코에 기록을 올릴 정부주체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의 정부가 발을 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mailto: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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