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봉 깎아..전직원에 '7만달러 연봉 프로젝트' 6개월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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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달러 프로젝트’의 주인공 댄 프라이스. |
7만 달러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올해 4월 13일. 그는 이날 120여 명의 임직원과 기자들까지 모아놓고 평균 4만8000달러(5348만 원)인 최저연봉을 3년 내 7만 달러(7931만 원)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100만 달러가 넘던 자신의 연봉은 즉각 7만 달러로 내리고 최저연봉을 5만 달러로 인상했다. 최저 연봉은 향후 2년간 1만 달러씩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연봉 5만¤7만 달러를 받는 직원의 임금은 5000달러씩 인상키로 했다.
프라이스의 파격적인 결정은 실질 임금이 제자리를 걷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연봉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소셜 미디어에 5억 건 이상의 게시물과 댓글이 달렸고 이를 보도한 NBC방송 뉴스 동영상은 역대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프라이스는 ‘현대판 로빈 후드’로 추켜세워졌다.
역풍도 거셌다.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들은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뭇매를 가했다. 백만장자 방송인인 러시 림보는 “경영전문대학원들은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이 회사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롱했다.
고액연봉을 받던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돈을 받는다”며 사표를 내는 등 회사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고객 중에서도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며 거래를 끊는 사람이 나왔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지분 30%를 소유한 친형 루커스는 동생을 상대로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프라이스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팔고 자신 소유 집 두 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며 고군분투했다. 8월 뉴욕타임스는 7만달러 프로젝트가 적잖은 시련에 직면했다며 이를 보도했지만 두 달 뒤인 10월 그래비티의 매출과 이익은 종전의 2배로 늘었다. 가격 인상, 서비스 악화를 우려한 일부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긴 했으나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은 95%로 지난 3년 평균 91%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월 평균 30건이던 고객 문의는 2000건으로 급증했다.
직원 숫자도 10명이 더 늘었다. 프라이스의 ‘깜짝 선언’ 직후 한주 동안 이 회사에는 이력서가 4500통이나 몰렸다. 9월에는 야후 여성임원이었던 태미 크롤(52)이 고액연봉을 포기하고 그래비티에 입사했다. 연봉이 80%가량 줄었다는 크롤은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Inc와 인터뷰에서 4년 전 한 직원이 자신의 면전에 대고 “당신은 날 착취하고 있어요”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고 7만 달러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단순한 불평불안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데 어째서 나한테는 남들의 10년 치 연봉이 필요한가”라는 자성에 도달한 뒤 오랜 준비 끝에 실천에 옮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경영자의 능력은 돈이 아니라 목표, 영향과 봉사에서 찾아야한다”며 “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고 역설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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