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필라델피아 미사에 100만 명 운집..가족·사랑 설교
성직자 아동 성추행에 "하느님이 울고 있다"…근절 의지 강조하기도
교도소 또 방문해 수감자에게 희망 전파
6일간 미국 방문 일정 끝내고 로마로 출국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설교는 '가족'과 '사랑'이었다.
기후변화 등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처하고 가난을 뿌리 뽑기 위해 전 세계가 하나로 뭉치자는 것도 미국 방문에서의 마지막 주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15 세계천주교가정대회 야외 미사에서 100만 명이 넘는 순례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서로 사랑하라고 외쳤다.
이 대회는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목적으로 창설돼 1994넌부터 3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날 야외 미사는 이번 대회의 피날레로, 교황이 지난 22일부터 미국을 방문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미사에서 교황은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 자체가 일종의 기적"이라면서 가족에 대한 지지, 가족에 대한 사랑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교황은 "사랑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린이들이 하는 작은 행동과 연결돼 있다"면서 사랑이 아주 간단한 행위에서 나오며 가정에서 사랑이 구체화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틀 전 유엔총회장에서 외쳤던 기후변화, 가난 등 인류가 처한 위기에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하자는 당부도 다시 한번 곁들였다.
이날 야외 미사 참가자와 관련해 교황청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미 때 미사에 참가한 인원의 2배를 넘는다.
참가자 중에는 아르헨티나에서 194일 동안 자동차를 타고 온 가족도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항 입국 때와 다름없는 철저한 검색을 받느라 몇 시간이 소요됐으며, 시간 내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행사장 인근의 대형 스크린에서 교황을 만났다.
오픈카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중에 교황은 환호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고, 어린아이나 장애인을 안고 축복의 키스를 하기도 했다.
11만 개의 하얀색 리본으로 만든 필라델피아 성당 외곽의 동굴 조형물에 이르러서는 차에서 내렸다.
이 조형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좋아하는 그림인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Mary, Undoer of Knots)를 연상해 만들어졌다.
또 예정에 없었던 성 요셉 대학을 찾아 가톨릭과 유대교의 연대를 상징하는 기념물 앞에서 몇 분 동안 명상하고 나서 성수를 뿌리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에는 성추행 피해자와 교도소 수감자를 만났다.
어릴 적에 성직자에게 성추행당한 5명을 직접 만난 뒤 교황은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교황은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이 더는 비밀에 부쳐져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이 성추행에 노출되지 않도록 열심히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면서 "하느님이 울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최대 규모 교정시설인 쿠란-프롬홀드(Curran-Fromhold) 교도소를 찾은 자리에서는 재소자에게 희망을 전달한 한편 교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야외 미사를 마지막으로 미국 방문 공식일정을 마친 교황은 필라델피아국제공항에서 400여 명의 가톨릭 지도자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도 나와 환송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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