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美의회 연설에 인류 주요 현안 총망라

2015. 9. 2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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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 아닌 포용, 적대 아닌 대화' 중요성 역설

`배타 아닌 포용, 적대 아닌 대화' 중요성 역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들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50여 분에 걸친 연설에서 종교와 인권, 자연, 환경, 난민, 가족, 정치 등 매우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현세 지도자로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심각한 불의로부터 태어난 새로운 '글로벌 노예제 형태들'을 뿌리 뽑기 위해 새로운 정책들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와 외국인 포용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 역시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대륙의 인민은 이방인(외국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도 한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민자들에 대한 포용을 호소했다.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권리가 항상 존중되지는 않았던 점은 비극적인 일이라며 이들과 유럽 출신 이민자들의 첫 접촉들이 격동과 폭력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의 기준들로 과거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들 가운데 이방인이 우리에게 호소할 때 우리는 과거의 죄들과 오류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근본주의 유혹 경계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떠한 종교도 개인의 망상이나 이념적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리는 종교적인 것이든 어떤 다른 종류의 것이든 모든 유형의 근본주의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나 이념이나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 지적 활동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며 특히 모든 것을 선과 악, 의인과 죄인으로 가르는 흑백논리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

교황은 사역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며 "나는 이 길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신성하고 모든 인간은 빼앗을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으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활하면 사회에 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교황과 가톨릭교회가 공식으로 여러 차례 밝혀 왔던 사형제 폐지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난민 위기

교황은 "우리 세계는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본 적이 없는 규모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숫자에 놀라서는 안 되며,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얼굴을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서 이들의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오복음서 7:12)라는 신약성경의 '황금률'을 인용하면서 난민들을 인간적이고 공정하게,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환경

교황은 올해 5월 공개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 환경 파괴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미국 의회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 용기 있는 행동과 전략이 필요할 때"라며 "'배려하는 문화'와 함께 빈곤을 퇴치하는 일, 배제된 이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일, 그리고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국들 사이의 평화 촉구

교황은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대화를 재개하면 모두를 위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면서 "이런 행동에 필요했고 또 지금도 필요한 것은 용기와 과감함이며, 이는 무책임함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 중단이 설령 매우 정당한 이유로 이뤄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좋은 정치 지도자는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개방과 실용의 정신으로 기회를 잡는 사람"이라며 "좋은 정치 지도자는 언제나 공간을 소유하기보다 '(평화)과정'을 개시하는 것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공간 소유'를 언급한 점으로 보아 이는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해 정착촌을 건설해 온 이스라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무기 거래

교황은 "왜 개인들과 사회에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려는 이들에게 살상 무기가 왜 판매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며 "슬프게도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무기 판매로 얻은 돈은 "피에 적셔진 돈이며 그 피는 무고한 이들의 것인 경우도 많다"며 "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제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미국 내 총기 거래도 함께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가족·아동 문제

그는 가족이 안팎으로부터 과거보다 훨씬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결혼과 가족의 토대 자체를 비롯해 근본 관계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개탄하고 "가족생활의 중요성과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가족 중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많은 어린이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가득하지만, 다른 많은 어린이는 폭력과 학대와 절망의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다. 우리는 이를 회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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