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10년간 탈세·뇌물 합하면 구제금융액 해당"
국제투명성기구 "부패가 그리스 등 남유럽국 재정위기에 막대한 역할"
탈세 눈감는 데 최대 2만 유로… 병원검사, 수술, 운전면허에도 급행료 봉투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공립병원 처치와 수술 급행료는 최소 100 유로(12만 5천 원)에서 최대 3만 유로(3천755만 원). 개인과 기업의 탈세 규모에 따라 회계장부를 눈감아주는 대가는 100-2만 유로, 건축 인허가 급행료 200-8천 유로, 불법건축물도 200-5천 유로면 적법 건물로 둔갑. 운전면허 발급 급행료는 40-500유로.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2년 '그리스: 뇌물의 대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그리스 부패 실상의 단면이다.
TI는 같은 해 '세계재정건전성(Global Financial Integrity)' 보고서에선 "그리스가 지난 10년간 국외로 유출된 탈세와 뇌물 등으로 잃어버린 돈만 해도 가장 최근(2012년)의 구제금융 1천200억 유로(현 환율로 1천332억 달러)와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발표된 TI의 '2012년 그리스 부패 현황' 조사보고서는 그리스 공무원이 요구하는 평균 뇌물 액을 1천228유로(현재 환율로 155만 원)라고 밝혔다. "한해 전엔 1천399유로(176만 원)였는데, 공무원에게 주는 뇌물도 긴축의 영향을 받아 그나마 줄어든 "셈이다.
`그리스: 뇌물의 대가' 보고서는 "부패가 그리스의 재정 재난에서 막대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그리스의 핵심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스인들의 마음과 제도들 사이에 깊숙이 스며든 가치관의 위기"에서 그리스 부패의 뿌리를 찾은 보고서는 "부패를 용인하는 오랜 관습이 부패 방지나 거부를 포기하게 숙명론과 맞물려" 일상의 작은 부패를 지속시키고 개혁을 무산시킨다고 개탄했다.
탈세도 세무관리에 대한 뇌물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결국은 부패 문제이다.
뇌물 수수 신고는 많지만, 정부 공식 자료에 따르더라도 실제 징계절차에 회부된 공무원은 그중 약 2%에 불과하다.
그리스에서 일상적인 '소액(petty)' 뇌물 수수는 현금이 든 작은 봉투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작은 봉투'라는 의미의 그리스말 '파켈라키(fakelaki)'가 소액 뇌물을 가리키는 말이 된 연유다.
TI의 2013년 보고서는 2012년 그리스에 대한 조사 결과 '봉투'의 회수와 액수가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강요된 긴축이 뇌물 관행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11년 총 5억5천400만유로(6천936억 원)으로 추산됐던 '봉투'의 총액이 2012년엔 4억 2천만 유로 줄어들었다.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봉투액수도 평균 1천399유로(175만 원)에서 1천228유로(154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TI 그리스본부의 코스타스 바코우리스 위원장은 "재정위기의 결과 그리스 국민이 '봉투' 없이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며 "총체적 구조개혁을 위한 모처럼의 기회"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암울한 국채 위기가 그리스의 새 시대를 가져오는 시작이 되려면 그리스 정부는 과거와 같은 무절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TI가 2012년 6월 내놓은 세계재정건전성 보고서는 유럽 25개국의 반부패 제도를 점검한 결과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과 같은 다수의 남유럽 국가들이 공공부문의 책임성에서 심각한 결함과 뿌리깊은 비효율, 오작동, 부패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네 나라 모두 2010년 이래 부채위기로 인해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 부패와 재정위기의 지속적 연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이른바 부자 나라들에서도 부패와 재정적자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TI 그리스 본부의 바코우리스 위원장 말대로 그리스 국민이 국가부도 위기와 고통스러운 긴축을 계기로 문제를 깨닫게 됐지만, 제3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지금까지보다 더 가혹한 허리띠 조르기를 해야 하는 그리스 국민의 분노가 내부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이들 보고서도 자신하지 못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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