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폭락에 걸었던 투기자금 2조원 속속 "허공으로"

신기림 기자 2016. 3.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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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약세 베팅 옵션계약 3개월내 14억불 만료 中 정부의 통화가치 방어 노력에 일단 '실패작'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2016.2.1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 위안화의 운명을 놓고 벌인 자본시장의 전쟁에서 위안 약세에 막대한 베팅을 걸었던 헤지펀드 진영이 큰 손실을 입기 시작했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위안 환율이 6.6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베팅한 옵션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5억6200만달러(약6670억원)가 계약 만료됐다. 앞으로 3개월 안에 소멸되는 옵션도 8억700만달러(1조326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위안 약세에 베팅한 투기세력의 손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지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의 지도부는 위안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 이례적일 정도로 자주 "약세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시장에 개입해 자본 유출에 따른 위안화 하락을 막아왔다.

중국의 강력한 억지력에 직면한 헤지펀드들은 이제 용단을 내려야 한다. 손실을 보고 약세베팅을 거둬들일 것인지, 아니면 막대한 비용을 더 들여 치킨게임을 지속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스위스 자산운용업체인 노츠스투키앤시의 힐미 우베르 대안투자 대표는 "중국은 위안화에 대한 통제력을 원한다"며 "누구도 위안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거대한 경제와 정책당국을 상대로 싸울 가치가 있을까"라고 자문하고는 "그렇지 않다"고 자답했다.

지난해 8월 위안을 허용치에 근접할 정도록 떨어 뜨린 이후로 중국은 반복적으로 국영은행들을 동원해 위안을 떠 받치기 위한 개입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또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투자 쿼터를 중단했고 해외에서의 현금카드 결제도 제한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위안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경향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위안은 지난 1월 7일 이후 달러에 대해 1.6% 올랐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의 가치는 지난 11일 0.34% 절상돼 올 들어 최강세를 보였다. 일일 상승폭은 4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14일 고시한 환율은 달러당 6.4913위안으로, 위안화 가치는 지난 11일에 비해 0.01% 낮춰진데 그쳤다.

위안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까지 위안의 급격한 변동세와 비교된다. 지난달 위안에 대한 콜옵션과 풋옵션의 변동성 차이를 나타내는 3개월 리스크 리버설(risk reversal)은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또 위안의 내재변동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5배 넘게 뛰었다. 리스크 리버설과 내재변동성은 해당 통화에 대한 약세 전망과 변동성 전망을 나타낸다.

위안화 약세 베팅에는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업체들이 산 것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일부 투기세력은 포워드 같은 다른 계약이나 한국 원화와 같은 대체통화로 위안화 약세 전망을 표현할 수도 있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위안 약세 옵션 계약의 대부분은 투기세력들의 주문인 것으로 바클레이즈는 추정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의 경우 지난 1월26일 고객들에 발송한 보고서에서 '중국 위안화 약세를 노리는 옵션을 매입했는데, 이 투자는 대체로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려 위안이 새로운 매도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최근 몇 주동안 달러에 대한 위안의 가치가 높았던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 세그라캐피털의 매니저 애덤 로드먼은 여전히 위안화 약세 베팅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익스포저를 줄이지 않았다"며 "세그라는 아직 돈을 잃지 않았다. 위안화는 향후 18개월 동안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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