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트럼프 롱런 비결은..유권자 '분노'와 '무관심'

2015. 11. 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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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정부·공화당 지도부에 분노한 공화당 지지자 민심 반영" WP "유권자들, 트럼프 발언 진위에 관심 없어"

WSJ "정부·공화당 지도부에 분노한 공화당 지지자 민심 반영"

WP "유권자들, 트럼프 발언 진위에 관심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돌풍'으로 그칠 줄만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다른 후보가 했다면 낙마로까지 이어질 법한 막말과 거짓말을 쉴새 없이 쏟아내면서도 경선 레이스에서 비틀거리기는커녕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중 선두를 고수하는 트럼프의 비결은 무엇일까.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 같은 트럼프 선전의 비결을 공화당 유권자 일부에서 쌓인 '분노'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길고 성과 없는 전쟁을 치렀고, 2007∼2009년 금융위기도 겪었다. 동성 결혼 합법화와 같은 인구·문화 변화 속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겼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 이러한 분노와 불안이 누적된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의 불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러한 트렌드를 바로잡지 못하는 공화당에게까지 향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윌리엄 매킨터프는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리더십에 매우 분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화당 예비선거는 누가 더 현재의 지도부에 비판적인가를 겨루는 선거처럼 돼버렸고, 트럼프가 여기서 가장 우위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WSJ는 지난 1968년 대선에 출마한 조지 월러스나 1992년 대선에 출마한 로스 페로의 인기를 트럼프 열풍과 유사한 사례로 꼽고 있다.

월러스는 당시 시민사회 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 못마땅해하던 유권자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페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강하게 반대했다. 트럼프가 반이민 정서에 호소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며 지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유권자들은 이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보다는 '돌직구' 화법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는 일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전혀 사실이 아닌 말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쏟아내기도 한다.

전혀 증거가 없음에도 9·11 테러 당시 뉴저지에서 환호하는 무슬림을 봤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에 시리아 난민 20만 명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과 다른 말을 공식석상에서 하기도 했으나 그의 신뢰성에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에 대한 사람들이 불신이 워낙 높아 트럼프가 정부가 숨기는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데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하는 말이 정확한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대선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도 트럼프의 끄떡없는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WP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정치가 그들의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발언 진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노나 무관심에 기댄 트럼프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

월러스와 페로도 대선에서는 각각 14%, 1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매킨터프는 WSJ에 "미국인의 16%만이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이기 때문에 트럼프처럼 25%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미국인의 4%에 해당하는 셈"이라며 "(트럼프 열풍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지를 단정하긴 아직 한참 이르다"고 말했다.

WP도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추세가 바뀔 지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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