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민 '일인당 83만원' 도박에 탕진.."세계 1위"

정혜민 기자 2016. 9. 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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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늘리려 대중화했다가 연 4조원 사회적 비용 "세계인구 0.5% 호주에 슬롯머신 20% 밀집"
프랑스 파리의 세러스 카지도 아카데미.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호주인들의 도박 중독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이후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호주 주정부들이 마구잡이로 도박 규제를 완화한 후유증이다. 도박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돈 만큼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호주 퀸즈랜드주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국민이 지난해 도박에 지출한 돈은 총 230억호주달러(19조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카지노 등의 도박 산업을 규제하는데 반해, 호주는 펍이나 스포츠클럽에서도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8일 보도했다. 전세계 인구의 0.5%에 불과한 호주 국민들은 세계 슬롯머신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호주 국민이 세계에서 판돈을 가장 많이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도박 산업 컨설팅 회사인 GBG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국민이 도박에서 잃은 돈은 일인당 761달러(약 83만원)이다. 다음으로는 홍콩과 핀란드 국민들이 가장 많은 돈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의 도박 산업이 이토록 활발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도박업계는 집권당을 포함한 호주 정당들에게 매년 큰 돈을 기부하고 있다. 도박 산업을 개혁하려던 일련의 시도는 좌절됐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년 간 호주 전체가 도박에서 거둬들인 세입은 58억호주달러(약 5조원)이었다.

닉 크세노폰 상원의원은 지난 7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박 산업 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크세노폰 의원은 "호텔과 클럽이 매우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세계 제일의 도박쟁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호주 국회의원들이 도박업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도박 산업에 의존하는 것을 그만둬야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수십년 동안 도박에 빠져있었던 호주가 이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50년대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슬롯머신이 합법화된 뒤로 호주 전역에 슬롯머신이 빠르게 보급됐다.

손잡이가 하나 달린 투박한 모습의 슬롯머신은 점차 세련되고 정교한 비디오게임기로 진화했다. 1990년대 초 다른 주들도 슬롯머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리세션(경기후퇴)에 빠진 주정부들이 세수 확대를 꾀하면서다.

그러나 호주 전역에 도박이 만연하면서 호주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호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도박을 즐기는 호주인의 17%가 심각한 도박중독에 빠져있다. 이들은 연간평균 2만10000호주달러(약 2298만원)를 게임에서 잃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박이 호주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손실은 적어도 연간 47억호주달러(약 4조원)에 이른다. 호주에서 매년 400여명이 도박 관련 질병으로 자살한다. 도박 때문에 하루에 한 명 이상 사망하는 셈이다.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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