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시오니즘' 결속 약화되나

2007. 1. 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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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지 동화과정과 비유대인과의 결혼 때문에 미국의 유대인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전세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로의 이주를 관장하는 이스라엘 유대인청의 제브 빌렌스키 청장은 지난해 11월 이렇게 말했다. '약속의 땅' 이스라엘로의 유대인들의 '귀환'과 이스라엘을 중심에 두는 유대인 공동체를 꿈꾸는 시오니즘의 약화를 '개탄'한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열매를 맺은 뒤 유대인들의 응집과 대 아랍 투쟁의 핵심 이데올로기 역할을 해 온 시오니즘의 열기가 식어간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시오니즘의 균열은 이스라엘과 맞먹는 유대인 인구가 사는 미국에서부터 엿보인다. 케린 아비브와 데이비드 시니어는 최근 낸 <새로운 유대인>(원제: New Jews)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일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정점에 놓고 국외 거주 유대인을 밑에 배치하는" '유대인의 추방'(디아스포라)이라는 전통적 개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유대인은 이스라엘로 돌아오거나 언제든 돌아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종교적·민족적 신념은 잘못됐으며, 자신들은 망명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2년 전 미국 헤브루연합대의 스티븐 코헨 교수의 조사에서는 미국 유대인의 17%만이 자신이 시오니스트라고 답했다.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을 돕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의 비율은 1989년 73%에서 57%로 떨어졌다. 갈수록 많은 유대인 청년들이 유대교 예배당이나 시오니즘 단체에 오기보다는, 유대인공동체 밖에서 활동하거나 '일반적' 의미의 사회참여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유럽과 러시아에서도 유대인 청년들의 정체성 이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0만명이 이스라엘로 건너갔던 옛 소련지역 유대인들 중 10만명이 러시아로 되돌아갔다. 빠르게 발전하는 러시아 경제가 일부 유대인 청년들한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랍비(유대교 사제) 로드니 마리너는 "중년층과 청년층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열정과 헌신성이 아주 낮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시오니즘의 '시련'은 국제적인 반이스라엘 여론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많은 국외 유대인들에게 시오니즘에 대한 의문과 심적 갈등을 일으켰다. 대다수 유대인들은 아직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 땅 강점과 계속되는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이미지는 점차 군사강국 또는 압제자의 이미지로 와닿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시리아·요르단의 3개국 군대를 6일만에 격파한 1968년의 3차중동전쟁은 유대인들한테 영웅적 사건으로 기억되지만, 젊은세대한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끝없는 분쟁 탓에 더 이상 이스라엘이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국외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환'은 1990년대 초 옛 소련과 에티오피아로부터의 유입 물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부 '급진적'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건국 동기가 인종차별적이고 낡은 개념에 바탕했다는 비판까지도 내놓는다. 영국 <비비시>(BBC)는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최초로 아랍계를 과학기술장관에 임명하자, "시오니즘의 훼손"이라는 반발이 이스라엘 안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시오니즘의 위기'는 유대인공동체 지도층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군사적·정치적 지원을 이끌어내며 이스라엘 우파 정치세력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돼 온 미국 유대인사회의 열기 부족이 걱정거리다. 때문에 유대인 젊은이들에게 정체성을 찾아주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1998년 출범한 "이스라엘의 권리"라는 프로그램은 10만명의 젊은이에게 10일간의 이스라엘 여행기회를 제공해 왔다.

코헨 교수는 장기적으로 신앙심 깊은 소수와 그로부터 멀어져가는 다수로 미국 유대인 사회가 양분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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