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 목숨값 얼마?
2009년 9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소속된 독일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 공습으로 179명이 숨졌는데 그중 최소한 100명 이상이 아이들과 여성들이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결국 당시 독일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합참의장도 옷을 벗었다. 독일 정부는 86가구에 5000달러(약 600만원)씩 ‘인도적인 지원금’을 일괄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5억원 조금 넘는 돈을 쓰고서 피해자들로부터 “다시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습에 숨지는 아프간과 이라크 민간인들의 ‘목숨값’은 그야말로 푼돈이다. 지난 3일 미군이 쿤두즈의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을 폭격해 22명이 숨졌다. 미 국방부는 11일 ‘위로금’을 지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전례로 볼 때 아프간인들의 희생은 돈 몇푼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미 정부로부터 아프간·이라크 민간인 오인공격 희생자 500여명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위로금’은 현지 경제수준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액수에 그쳤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2004년 10월 미군은 이라크 북부 바이지에서 차를 몰고 가던 남성을 사살한 뒤 유족에게 2500달러를 줬다. 2005년 11월 미 해병대는 이라크 안바르주 하디타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을 비롯해 24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미국 언론들은 1968년 베트남 미라이 학살 이후 최악의 사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보상금으로 15가구에 3만8000달러가 주어졌다. 가구당 2500달러였다.
아프간인들의 목숨값은 더 싸다. 2007년 3월 미 해병대가 75세 노인과 16세 소녀를 사살했다. 두 사람의 보상금은 각각 2000달러씩이었다. 2002년 6월 미군이 우루즈간주의 결혼식장을 폭격해 30여명이 숨졌을 때 준 돈은 겨우 가구당 200달러였다. 2009년 1월 카불 북부 인제리에서 미군은 주민 15명을 사살했는데, 가구당 2000달러씩 주고 부서진 마을 복구비로 1500달러를 냈다. 당시 미군 대변인은 “부수적인 피해가 있었다면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경제제재로 고통을 겪는 이라크 아이들을 가리켜 썼던 ‘부수적인 피해’라는 표현은 의사회 병원 폭격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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