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고.. 돈 받고 딸 결혼시키고.. 비참한 아프간 영웅들

김현우 2015. 5.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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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군인 경찰 300만명 추정

40년 내전에 정부 부패도 심각

대부분 보상·연금 못 받고 방치

아프간 경찰과 군인들이 비참한 영웅들로 전락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내전과 수많은 테러 공격에서 아프간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지만 정작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불구와 가난뿐이었다. 아프간 정부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수만 명의 상이 경찰과 군인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3일 전했다.

아프간 전 경찰인 파르딘(24)은 2013년 무장단체인 탈레반의 폭탄 공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왼쪽 다리는 절단은 면했지만 무릎 관절은 거의 움직일 수 없다. 요즘 파르딘은 매일 늦은 저녁이 되면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선다. 생계를 위해 동냥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르딘은 "거리로 나설 때면 예전 동료 경찰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면서 "행인들은 구걸을 하는 자신을 비웃을 뿐 아프간을 지키다 불구가 됐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고 NYT에 말했다.

아프간 전 경찰인 사헤브는 최근 11세 된 딸을 3,000달러를 받고 강제로 결혼시켰다. 지난해 탈레반 공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이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궁핍한 삶을 이어오다 결국 최후의 선택을 했다. 사헤브는 "아프간에서는 아버지의 결정으로 딸을 결혼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도 "딸을 돈을 받고 팔았을 때 다리를 잃었던 순간만큼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탈레반 공격이 극렬해지면서 상이 경찰과 군인의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간 헬만드주에서는 경찰서들이 잇따라 탈레반의 공격을 받으며 344명의 군인 중 절반에 가까운 154명이 불구의 몸이 됐다. 아프간에는 40년 간 이어진 내전으로 약 300만 명의 상이 경찰과 군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보상과 연금을 받는 이들은 약 4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있다. 아프간 정부의 재정 악화도 문제지만 심각한 부패로 인해 연금지급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 경찰로 폭탄 공격을 받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모하메드 카심(28)은 "탈레반도 조직원이 사망하면 가족들에게 2년 동안 매달 약 1만5,000아프가니스(아프간 화폐)를 준다"면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아프간의 이러한 문제는 사회 불안을 초래하며 아프간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이 경찰과 군인들에 대한 처우 미비는 아프간의 치안력 부재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또한 이는 가부장적인 아프간에서 가족 해체와 범죄 발생 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 군인인 하쉬마툴라 바라카자이(26)는 "아프간에서는 우리가 몸 바쳐 희생했던 것들에 아무런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면서 "작전을 수행하다 장애를 입자 내게 돌아온 것은 약혼녀와의 파혼과 사회적 냉대였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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