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꼭 65년 만에… “나라”라고 불렸다

경향신문

팔레스타인이 유엔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유엔 '참관단체'에서 '비회원 참관국'으로 승격됐다. 팔레스타인이 사실상 국가로 인정받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달라지는 건 없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유엔 총회는 29일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참관국으로 격상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38표, 반대 9표, 기권 41표(한국 포함)로 통과시켰다. 팔레스타인은 전체 193개 회원국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는 가결 요건을 무난히 충족시키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통치하는 '국가'로 사실상 인정받았다. 1947년 11월29일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국가와 아랍국가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승인한 지 꼭 65년 만의 일이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팔레스타인 대표단은 '국기'를 총회 회의장에 게양했다.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도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77)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대 표를 던진 미국과 이스라엘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비회원 참관국이 되면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산하기구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정착촌 건설을 문제삼아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내일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삶에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아바스 대통령은 새로 획득한 참관국 지위를 지렛대 삼아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팔레스타인은 2국이 공존한다는 평화협정을 이스라엘과 체결해야 정식 국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협상 재개가 더 어려워졌다고 반발했다. 이번 유엔 결의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입장은 1967년 점령지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 재개를 시도하겠지만 이스라엘이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가브리엘라 샬레브는 "이제 상황은 이스라엘에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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