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섬뜩한 '원빈 아저씨'

2010. 7. 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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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쁘고 반듯한 이미지 미소년

잔혹한 살인병기로 변신 성공

영화 '아저씨' 리뷰

꽃미남 스타 원빈도 삼십대 중반이 머잖았다. 10년 전 <가을동화>에서 "얼마면 돼?"라고 소리치며 여성들의 가슴을 뒤흔든 미소년이나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와 <우리 형>에서 반항적이었던 철부지 동생, 지난해 <마더>에서 보여준 순박한 아들 이미지를 뛰어넘어야 할 때가 충분히 됐다. 그런 면에서 새 영화 <아저씨>는 원빈에게 맞춤하다.

어둡고 좁은 전당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저씨 태식(원빈)은 자꾸만 다가오는 외로운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다 소미의 홀엄마가 마약조직에 연루돼 실종되고 소미마저 함께 사라지자 아저씨는 분노의 화신으로 돌변하고 상처뿐인 과거가 드러난다.

복수하러 나서는 태식의 모습은, 마치 과거 예쁘고 반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이를 악다문 원빈 자신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태식이 복수를 다짐하며 결연히 머리를 깎는 장면은 연기 변신에 나선 원빈의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원빈의 연기 변신은 성공한 듯 보인다. 초반부 원빈 특유의 어눌한 말투가 다소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절정에 이를수록 칼과 총이 난무하고 피와 땀이 튀는 액션 장면이 이어지면서 넉넉히 상쇄된다. 그의 과거 정체가 드러나고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한 살인병기로의 변신이 강한 울림을 준다.

원빈은 화려하고 잔인한 액션신에 도전하기 위해 3개월간 각종 무술을 연습했다고 한다. 킬러 람로완을 연기한 타이의 '국민배우' 타나용이 태식과 정면대결을 펼치는 대목은 최고의 장면이다. 영화 <아저씨>의 도끼와 총, 칼이 춤을 추는 장면들은 근래 한국 영화 중 가장 잔인하고 실감나는 묘사로 꼽을 만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당연하고, 노약자나 임신부의 관람은 피하는 게 좋아 보일 정도다.

흥행요소도 두루 갖췄다. 암시와 복선 끝에 하나씩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손에 땀을 쥐다가도 잠깐씩 쉬어가는 호흡이 자연스럽다. 2006년 <열혈남아>를 만든 이정범 감독의 솜씨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열혈남아>에서처럼 <아저씨>에서도 '복수'라는 열쇳말을 바탕으로 소통과 관계를 액션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차이점이라면 이 감독 말대로 "설경구의 액션이 개싸움이었다면 원빈은 정교하게 짜인 액션"이라는 점. <열혈남아>는 복수 앞에 갈등하지만, <아저씨>에선 처절한 복수를 통쾌하게 실행해낸다는 점에서 더 단순 명쾌하다.

원빈 외에 캐스팅이 화려하진 않지만 대단히 조화롭다. 태식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소미 역의 김새론은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노련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장기밀매 전문 범죄조직의 보스인 만석 역을 맡은 김희원의 연기는 대단히 강력하다. 최고의 '악'이 어떤 모습인지 눈빛만으로 보여준다. 마약반 형사 치곤을 연기한 김태훈 역시 무르익은 연기로 힘을 보탰다. 8월4일 개봉.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사진 딜라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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