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원빈 '마더', 단지 동물적 모성애뿐일까?

2009. 5.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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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영화팀 신진아 기자]

봉준호 감독의 4번째 장편영화 '마더'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사투를 통해 또 한번 '위대한 모성'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마더'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좀체 그리지 않은, 다층적 모자관계를 보여줌으로써 극중 엄마 혜자를, '한 아들의 엄마'가 아닌 '아들을 둔 한 여자'로써 바라보게 만든다.  엄마와 섹스와 살인사건

"'마더'의 서브 텍스트는 엄마와 섹스다. 의도적으로 성적 긴장을 유도했다. 혜자에게 있어 도준(원빈)은 아들이지만 또 남자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봉준호 감독)

'마더'는 정신적으로 모자라서 더 각별한, 단 하나뿐인 아들이 살인누명을 쓰자 직접 범인 찾기에 나서는 엄마의 여정을 그린 영화다. 혜자에게 도준은 평생 품어야 하는 자식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남자다(고로 그녀는 여자다). 감독은 이 사실을 묘한 성적긴장감으로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극 초반 도준의 껄렁한 친구, 진태는 주위 사람들에게 마치 남녀의 동침을 떠벌리듯 도준이 엄마와 잔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지극히 평범해보이던 모자의 동침장면은 또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혜자와 진태 간의 성적 긴장감도 흥미롭다. 혜자는 도준이 살인누명을 씌고 경찰에 체포된 뒤 우왕좌왕하다 진태를 의심하고 그의 집에 몰래 잠입한다. 이 과정에서 우연찮게 진태와 여자친구간의 정사장면을 훔쳐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이후 진태는 마치 혜자의 훔쳐보기를 알기라도 한 듯, 갑자기 속옷차림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 반말을 찍찍한다. 감독의 표현을 빌면 "마치 남편처럼" 친구 엄마를 대한다.  아들과 결혼한 어머니, 오디푸스 신화 연상시켜

"숨은 그림이 많구나, 내포된 게 많구나. 그리스 비극 같다는 생각을 했다"(배우 김혜자)

'마더'는 주연배우 김혜자의 언급처럼, 그리스 비극인 오디푸스 신화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혜자는 아들과 결혼한 이오카스테 왕비와는 또 다른, 비극적 운명에 처해있다. 만약 혜자의 삶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그녀는 앞으로 평생, 함께 잘 수 없는 남자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가혹한(?) 운명에 대한 혜자의 광기는 극단적 방법으로 표출된다. 표면적으로 혜자는 극후반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적 본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행위의 이면에는 어두운 광기와 성적인 히스테리가 엿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칸에서 "이 영화는 엄마와 섹스, 엄마와 살인사건이 맞물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살인사건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섹스와 연관돼 있다. 재미삼아 영화의 등장인물을 섹스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눠보라. 이 모든 것이 엄마의 히스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감독은 또한 이번 영화에 대해 덧붙였다. "예쁜 숲에서 바위를 들쳐보니 축축한 땅에 벌레가 나오는 느낌이랄까. 사물이건 상태건 그 이면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자관계는 항상 숭고한 무엇으로 여겨진다. 그것도 사실인데 다만 어떤 선을 넘거나 어두운 면을 들쳤을 때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

도준에 대한 혜자의 집착과 보호는 과연 절대적 사랑일까? 감독의 말처럼 그건 남녀인지 자녀가 있는지 등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한편 '마더'는 장르적으로 범인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 범죄스릴러가 아니다. 때문에 오락적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특히 영화 중반까지 별다른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 관계로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신 '관광버스 막춤' 엔딩신이 도입부 혜자의 춤 장면과 함께 영화의 백미이기 때문에 인내는 쓰되(?) 그 열매는 달 수 있다.ssin@daily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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