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집단촬영 거부 D-1, 한예조 "태왕사신기 출연료도 아직 못받아" 실태폭로 (종합)

2010. 8. 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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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문다영 기자]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 위원장 김응석) 문제갑 정책위장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한예조는 27일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미지급 출연료를 완전히 해결하고 앞으로 다시는 미지급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외주 드라마 전체에 대해 무기한 촬영을 거부한다"고 결의했다.

이로 인해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 '김수로',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와 '나는 전설이다' 등 인기 드라마가 줄줄이 불방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배우도, 제작사도, 방송사도 이렇다 할 입장표명을 하고 있지않은 상태다.

8월 31일 오전 한예조 사무실에서 만난 문제갑 정책위장은 이에 대해 "일단 배우들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되면 향후 배우활동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며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가 '너 아니라도 배우는 많다'는 입장이라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배우는 상대적 약자, 방송사 "대본서 빼면 그만" 으름장

드라마는 중간에 스토리를 바꾸더라도 말이 되는 특성상 어느 한 배우의 비중이 갑자기 줄어든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쪽대본 실태도 배우의 비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까닭에 30일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집단 촬영거부하겠다'는 한예조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 한 방송사에서는 출연배우들에 오히려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문 정책위장은 "출연배우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한 방송사에서 '출연거부에 동참하실 분은 손 드세요. 대본에서 빼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 입장에서는 선뜻 나설 수도 없는 분위기다"고 현 상황을 밝혔다.

현재 한예조가 출연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13편 드라마의 결방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부에선 대본을 수정해 소수 인원 위주로 드라마를 방영할 수도 있고 배우들 중에도 동참하지 않는 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 제작사 및 소속사 문제와 얽혀 있거나 한예조에 가입하지 않은 배우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이에 대해 문 정책위장은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일례로 '자이언트'에 출연중인 배우 이덕화는 한예조 소속이다. 사회적 입지가 있는 인물이지만 조합원 중 한사람이므로 강요하거나 부탁드릴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자면 합리적인 생각 하에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몇몇 중견배우들이 나선다면 더 많은 배우들이 동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몇 배우가 촬영에 동조하고 그들로 인해 대본이 수정돼 드라마가 방영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문 정책위장은 "신인배우가 주연으로 나선 드라마가 많은 탓에 그들 위주로 대본이 수정돼 드라마 촬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동종업계 공통 문제라는 말은 드리고 싶다. 그 배우들이 나중에 스타가 됐을 때 드라마 출연료 사전 지급받는다는 보장이 어딨겠는가. 올해만 해도 스타급 배우들도 출연료를 전부 지급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누가 책임지고 어디에 하소연할 건지 되묻고 싶다. 지금 당장이 아닌 향후 전 배우들을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 스타배우도 항상 출연료, 사고 등에 안전할 수 없다

사실 2년전만 해도 스타급 배우들은 드라마 촬영 전 출연료를 선지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배우들의 자청 하에 거의 사라졌다. 자신의 출연료 10분의 1도 안되는 동료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촬영을 하는 본인들이 느끼는 내부적 위화감 때문이었다. 물론 현재도 출연료를 선지급받는 이들이 있는 상황이지만 대부분 스타들은 이런 이유로 "출연료를 나만 받지는 않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의식있는 배우들은 있지만 생계와 직결된 조단역 배우들에 더 정확해야 할 제작사가 스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문 정책위장은 "현재 일부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한 제작사들이 많은데 스타가 1,000만원 중 400만~500만원을 받았다면 조단역급은 100만원 중 10만~20만원 정도만 받은 것으로 통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예조 자체 집계에 따르면, 출연을 하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한 미지급 누계 금액이 7월말 현재 총 43억 6,800여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예조에 소속되지 않은 배우들과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 출연료까지 더한다면 그 금액은 몇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문 정책위장의 설명이다.

문 정책위장은 "현재 '김탁구' 주연인 윤시윤은 비조합원인데 만약 그도 받지 못한 출연료가 있다면 미지급금은 더 늘어날 것이다"며 "스태프들, 작가들까지 포함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액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단 출연료라는 절박한 현안에 대해서만 문제제기 중이지만 정말 배우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됐으면 싶다"며 얼마 전 벌어진 한 무술 연기자의 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한 무술 연기자가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촬영을 하던 중 거꾸로 떨어져 의식불명상태가 됐다. 다행히 보름후 깨어났지만 배우활동은 물론이고 평생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촬영 중 사고이므로 당연히 산재보험 및 상해보험처리가 적용돼야 하는 상황. 하지만 문 정책위장은 "이 배우가 촬영 전 사인한 계약서 상에는 상해보험을 들어주거나 산재보험을 약정하기도 돼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일이 벌어지고 보니 제작사 측에서 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더욱이 계약한 담당 회사는 대행업체일 뿐 실질적으로 드라마에 투자한 회사는 따로 있었다. 투자회사는 외국국적이라 8월말에 촬영 끝나면 한국을 떠나는 탓에 민사진행도 불가해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런 일이 너무 많다. 과거 목숨을 잃은 배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한예조의 집단촬영거부 선언은 출연료미지급분에 한해서지만 향후 배우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스타배우라고 해서 언제 어떤 사고와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모르는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한예조는 1차적 책임은 제작사에 있지만 해당 드라마가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고, 방송사 이름을 걸고 나가는 작품인 만큼 방송사에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고 나아가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재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모 방송사 사장 "부실 제작사 드라마 왜 출연한대요?" 배우는 방송사 보고 출연 결정하는 마당에…

이와 관련, 방송사 측은 공식입장을 전혀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문 정책위장은 "지난 2년 동안 지장파 방송 3사 사장단을 만나봤는데 인식이 많이 달랐다. 한 방송사 사장은 '제작사에 문제가 있는데 그 배우는 왜 출연한대요?'라고 물었다. 사실 배우들은 제작사가 아닌 방송사를 보고 최종 출연을 결정한다. 방송사, 방영시간대까지 파악하는 것인데 정작 방송사는 책임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 정책위장은 "외주제작사가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면 방송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가 묻고 싶다. 캐스팅 부터 관여하고 대본 수정에도 관여한다. 또 방송사 소속 PD가 직접 와 현장을 지휘하는 경우가 있고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면서도 외주형태로 돌리는 경우까지 존재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문 정책위장에 의하면 현재 방송사는 "제작사 문제지, 우리 문제 아니다. 다만 도덕적 책임은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예조가 제작사 선정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방송사 측은 "경영권 일부라 공개는 불가하다. 외주제작사 드라마의 경우 책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극소수 부실 제작사를 제외하고서라도 대부분의 제작사가 출연료 지급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받은 돈이 너무 적다. 제작단가가 너무 낮다"고 오히려 하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출연 배우들 몫이 됐다. 이에 대해 문 정책위장은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문제가 있지만 실질적 내용상으로는 방송사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료 문제 뿐이라면 제작사와 싸우면 되지만 실질적으로 제작사도 피해자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작사는 비용대비 수익이 적은 탓에 출연료 지급에 노력하고 있음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 드라마 제작에 있어 방송사가 가장 우위에 있고, 그 다음이 제작사, 소속사, 연기자 순이다"고 밝혔다.

▲출연료미지급 가장 심한 건 MBC, '태왕사신기' 정산도 아직…

특히 문 정책위장은 "방송3사 중에서도 MBC가 가장 심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사실 MBC가 현 정권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를 잘 다루는 등 언론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는 까닭에 대중들은 '왜 MBC를 걸고 넘어지냐'고 질타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올해도 MBC가 방송 3사 중 출연료 미지급 드라마가 가장 많고 지난 2년 중 2개 방송사 출연료미지급분을 더해서 곱하기 2를 해야 MBC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분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MBC를 사랑하는 시청자이다. MBC가 이룬 사회적 역할도 인정하지만 현 상황에 있어서 국민을 담보로 더 잘할 생각을 하고 이익을 취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MBC '태왕사신기' 출연료도 아직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소송에 대해서도 한예조는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문 정책위장은 "집단 촬영 거부시 방송사가 드라마를 공급하지 못하는 제작사를 고소하고 제작사가 촬영을 거부하는 우리를 고소하면 맞소송할 것"이라며 "그렇게 소송이 진행되면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지 못하는 배우들은 오히려 속시원하다. 다만 최대한 향후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데 있어 원만한 해결을 하기 위해 불법파업, 기물파손 등을 일체 하지 않은 채 촬영장에 나가되 촬영은 하지 않겠다는 '촬영거부'를 선언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예조는 앞서 2008년 MBC와 출연료 인상 협의에 있어 파업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방송3사와 출연료 협약을 했음에도 협약자체가 2년동안 지연되면서 갱신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다행히 SBS와 KBS는 파업직전 극적 타결됐지만 MBC는 파업 당일에서야 협약이 체결된 바 있다.

▲매년 불거진 출연료미지급 문제, "올해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그때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출연료 미지급 사태였다. 이로 인해 한예조는 지난해 7월에도 '집단 촬영거부'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겠냐는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문 정책위장은 "그럴 일은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그동안 계속 협상을 원했지만 방송사는 요지부동이었다. 더 이상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고 한예조와 배우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MBC 파업 때처럼 집결 예정은 없다. 배우들이 촬영장에는 가되 촬영은 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방식은 바뀔 수 있다. 전략상 노출할 순 없지만 방송사가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전에 방송사가 나서서 출연료미지급사태 및 향후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어조를 높였다.

현재 한예조는 협상 여지에 대해 수정제안은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또 "일단 50%는 주고 50%는 나중에 지급하겠다는 등의 방식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다같이 고생했는데 누구는 받고 누군가는 못받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몇몇 제작사들처럼 회사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혹 방송사가 배우 개런티를 책임지겠다거나 확실하게 보증해주겠다고 하면 협상할 여지는 있다"고 현 입장을 공고히 했다.

한편 한예조는 9월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촬영거부에 돌입한다. 한예조는 촬영거부(준법투쟁) 중이라도 방송3사와 대화 채널을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계속 논의할 용의는 있다고 밝혔다.

문다영 dymoo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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