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동성애 소재 끝까지 끌고 갈 것"

윤고은 2010. 4. 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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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코믹 홈드라마 안에 깊은 인생 이야기회당 원고료 5천만원 돌파.."배우는 1억도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67) 작가의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가 매회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20%선을 위협한다.

재혼 가정을 배경으로 평생 축첩을 한 시아버지와 동성애자인 큰아들, 중년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두 시동생, 재일교포, 낙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코믹 터치로 그리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분명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 흔한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패악 등은 모두 걷어냈다. 대신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며, 인생은 순간순간 시련이 있을지라도 결국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잔잔하지만 여운이 길게 전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를 지난 27일 전화로 만났다.칠순을 바라보는 이 노(老) 작가는 국내 방송계의 독보적인 특급 작가이자, 젊은 세대를 부끄럽게 만드는 활발한 오피니언 리더다. 거침없는 언변에서는 깐깐한 힘과 매력적인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동성애 코드가 연일 화제다. SBS에는 연일 항의전화가 이어진다고 한다.▲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는 항의가 거세지 않아서 고맙게 생각하는 편이다. 사회적 의식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가족극에서 동성애는 한 요소일 뿐인데 왜 그렇게 관심을 갖나. 난 걔네(태섭-경수)를 위해서 인권운동을 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동성애자는 어느 집에서나 나올 수 있는 아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난 그들이 바람직하다고도, 이상하다고도 그리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현상을 그리고 있다.

--그래도 지상파 TV에서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루는 게 거의 처음이다 보니 대단한 파격이다. 젊은 작가들도 다루기 꺼리는 소재다.

▲예전부터 언젠가는 이 문제를 한번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예전에 다뤘다면 큰일 날 뻔했다.(웃음)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무서울 것이다. 돌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쉽게 다룰 수 없을 것이다. 항의가 들어온다고 유야무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각오했던 일이고, 끝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이다. 슬그머니 접는 일은 절대 안 한다. 그러면 이 아이들을 가족극에 투입한 의미가 없다.

--성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생략되고 처음부터 두 남자의 사랑이 그려진 것도 신선하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도 있다.

▲사춘기 소년들도 아니고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재미없다. 그런데 뭘 걱정하는 것일까. 동성애자라고 하면 무조건 성적인 것을 생각해서 그렇다. 동성연애자와 동성애자는 차이가 있다. 애들이 배울까 무섭다고 항의하는 분도 있는데 동성애는 배우라고 해도, 배우지 말라고 해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선천적인 문제다. 그런 선천적인 문제를 가지고 비난을 한다는 것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과 똑같다. 김수현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안타깝다. 동성애는 남녀의 사랑과 다를 게 없다.

--제주도가 배경이라는 점이 신선하다.▲홈드라마가 날마다 같은 배경이라는 점이 지겨웠고 제주도가 그동안 관광지로만 부각된 것 같아 드라마의 무대로 삼고 싶었다. 다만 제작비 문제가 있어 제작사가 너무 고민하는 것 같아 도중에 관두자고 했다. 그런데 제작사가 그대로 밀어붙이더라. 후회는 없다. 공기가 좋고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6명의 아내에게서 15명의 자식을 둔 시아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과연 작가가 그를 용서할까도 궁금하다. 지금껏 김 작가는 잘못한 남자들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하. 그랬나. 용서라..용서라는 말은 좀 이상한 것 같다. 옛날 할머니들이 하는 말 있지 않나. 늙고 병들면 기어들어온다고. 시아버지는 실제 모델이 있어 그런 설정을 했는데, 그분은 남자가 귀한 제주도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였다고 하더라. 가까운 지인의 아버지도 평생 첩의 집에서 살다가 죽을 때 돼서야 본처한테 가 돌아가셨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지켜봐 달라.

--회당 원고료가 5천만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대단하시다.▲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지? 나한테 확인을 했나? 황당하다. 참 재미없네. 악플 달리겠네. 그런데 배우들은 회당 1억 원 넘게 받아도 되고 작가들은 안되나? 배우들은 드라마의 어느 대목에만 나오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쓴다. 작가료 얘기 나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왜 그렇게 많이 받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안 하는 것 같다. 다른 작가들이 좌절감을 느낄까 봐 걱정이고, 아무나 5천만 원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막장 드라마를 안 쓰고도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쓰시니 당연히 원고료가 최고를 달리는 것 아니겠냐.

▲인간의 모습이 다 일그러지면 어떻게 하나. 방송국이야 시청률만 나오면 온갖 이유를 대서 그 드라마를 옹호하지만 그건 논리라고도 할 수 없다. 막장이 트렌드가 되면 곤란하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신다. 열혈 추종자들이 많다.▲저녁에는 글을 안 쓰니까 그 시간에 주로 한다. 그래도 대놓고 글이 폭주할 때는 힘들 때도 있다. 답장을 떼어먹고 있으면 찜찜하다. (웃음) 우연히 한번 들어갔다가 계속 하게 된다.

--에너지가 넘치신다.▲무슨 소리냐. 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대본을 계속 차질없이 넘기고 있다.

--요즘도 제주도를 오가며 작업하나.▲아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있어서 그랬는데 요즘에는 서울에서만 작업한다.pretty@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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