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여성 시청자들 왜 '선덕여왕'에 열광하나

2009. 9.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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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한번도 거르지 않고 시청하는 드라마는 '선덕여왕' 뿐이다? 주부시청자인 서울 목동의 김선경씨(39)는 "월요일과 화요일 밤은 남편과 드라마를 함께 보는 날"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직장인인 남편이 요즘 유일하게 시청하는 드라마인 탓이다. 서울 쌍문동에 사는 여성 직장인 이정화씨(29)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DMB)으로 '선덕여왕'을 자주 본다. 퇴근 이후 직장동료나 친구들과의 약속을 끝내고 지하철로 귀가하는 시간이 공교롭게 드라마 방영시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를 시청한 뒤 집에 도착해 나머지 부분을 본다"고 말했다. 사극 '선덕여왕'에 대한 안방극장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더 인기다. 이 드라마는 지난 5월 25일 첫 방영된 이후 한달만에 시청률 30%대로 진입한데 이어 장기간 안정적인 40%대를 유지하며 MBC 간판 효자 드라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시청자들이 늘면서 사극하면 전통적으로 남성 드라마란 시각을 불식시킨 신장르로도 자리매김했다. 여성 채널권을 장악한 '선덕여왕'의 이런 인기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고현정의 꽉찬'존재감'여성팬들 벅찬'만족감'

女 중심 스토리 전개 재미당당한 리더십 변화 반영꽃미남 등 인기남들 한몫

◇'미실'역의 고현정.

◇'덕만공주'역의 이요원.

 ▶기존 사극과 다른 여성 중심의 스토리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선덕여왕'은 주요 등장 인물에서부터 스토리 짜임새까지 철저하게 여성중심의 드라마다.

 왕을 중심으로 권력투쟁을 소재로 한 기존 드라마와 크게 차이가 있다. 남성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용의 눈물' '해신'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주몽' 등은 남성 중심적 요소가 강했다. 현란한 전투신과 함께 남성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강조한 반면 여주인공의 경우는 한 임금을 두고 궐내 여자들끼리 질투하는 모습 등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비쳐졌던게 사실이다. 여기에 비하면 '선덕여왕'이나 '천추태후' '자명고' 등 올해 방영된 작품은 확실히 새로운 접근법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여주인공들은 당당히 드라마의 중심을 선도하고 리드한다. 수동적이거나 여성스러움의 이미지 대신 남성 보다 훨씬 더 지적이고 총명하며,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그들을 지혜롭게 처리하는 등 군주나 정치가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미실' 카리스마 여배우 고현정의 활약

 '선덕여왕' 하면 무엇보다 여배우 고현정의 카리스마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속의 고현정은 미실을 통해 은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과 섬뜩한 표독스러움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극 초반부터 그녀는 눈부신 미모와 성적 매력으로 신라 조정의 핵심 인물들을 장악하고 있다. 시청자들 또한 드라마 '모래시계' 등 결혼전 전성기 시절을 능가하는 고현정의 매력과 흡인력에 푹 빠져드는 느낌을 부인하지 않는다.

 '선덕여왕'을 집필하고 있는 김영현 작가는 "드라마속 핵심인물인 여주인공 미실은 고현정이 아니면 누구도 쉽게 표출해내기 힘든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데는 고현정이 미실 역을 100% 소화해준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설명하는 미실은 악역 보다는 매우 정치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한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권력가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여성 리더십 등 시대적 변화 투영

 '선덕여왕'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관심에는 채널 선택권을 가진 30~40대 주부가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남녀평등을 넘어 일정 분야에선 오히려 여성 중심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무대도 남성 본위 또는 유교 중심의 조선시대를 벗어나 통일신라나 삼국시대, 고려시대로 소재를 넓혀 여성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캐릭터 역시 여자가 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0화랑으로 대표되는 꽃미남 계열과, 비담, 유신, 알천을 중심으로 나오는 훈남계열, 그리고 최근 새로 등장한 김춘추 역의 유승호까지 모두 요즘의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상의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남자 세계의 의리나 배신, 권모술수, 화려한 전투신 등의 모습은 훨씬 약화돼 보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는 선덕여왕의 모습은 멋지다. 남자를 다스리는 미실이의 모습, 한 나라의 군주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덕만의 모습 모두가 드라마 '선덕여왕'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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