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는 '조작', 예능은 '표절', 드라마는 '막장'..방송가 뒤덮은 3惡

안효은 입력 2009. 7. 23. 17:18 수정 2009. 7.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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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나란히 3대 장르 한 건씩'

[마이데일리 = 안효은 기자] SBS '스타킹'이 일본 프로그램을 표절한 거짓 방송을 한 것이 밝혀진데 이어, KBS 1TV '환경스페셜' 수리부엉이 2부작이 내용을 조작한 사실이 전해져 시청자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있다.

특히, 두 프로그램의 연이은 조작 파문은 대중문화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하는 방송사들이 최소한의 도덕성과 책임감조차 가벼이 여겼다는 점에서 성토할 일이며, 더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보다 시청률과 방송사의 이익에 치우친 프로그램 제작논리가 '막장 드라마' '표절 예능' '조작 다큐' 등 얼마나 섬뜩한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드라마, 예능에 이어 교양 프로그램까지 넘보는 '독한 기운들'

비현실적인 복수극, 인륜을 뒤흔드는 불륜, 반악마적인 캐릭터 등 요즘 드라마들은 '독하기' 그지없다. 살인과 자해가 난무하고, 불륜을 하는 이들이 더 당당하게 피해자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욕을 한다. 거칠고 선정적인 언어적, 육체적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막장드라마에서 음해와 거짓말은 더이상 자극적인 요소도 아니다.

초저녁에 방송되는 MBC 일일극 '밥줘'는 주인공 김성민이 부부싸움중 강제로 부인 하희라를 화장실로 끌고들어가는 장면으로 '부부강간'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불륜대상인 최수린과 함께 오히려 하희라를 괴롭히며 이혼도 해주지 않는 이해불가한 행동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밥줘' 수준의 막장드라마들의 꾸준한 공습은 시청자들이 더 독하고, 강한 드라마들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예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드라마에 비해 호흡이 짧은 예능프로그램들이 한 마디, 한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만한 소재와 인물에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리얼'이 강세를 보이면서 실제에 가상과 과장을 덧입히는 거짓방송들이 득세중이다. 더 재밌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를 몰래 자신의 것처럼 속이는 일들이 만연한 것이다.

김예분이 '샴페인'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에서 이미 소개된 일화를 자신의 것처럼 차용한 것과 같은 일은 예능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자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야심만만2'에서 이혁재는 MC몽이 토크쇼 출연을 앞두고 준비한 이야기거리들을 가로챈적이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스타킹'은 일본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소재를 표절했음은 물론, 이를 한 일반인에게 연습까지 시켜 거짓 방송까지 하게 하는 간 큰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보루였던 다큐멘터리까지도 조작, 거짓 방송에 동참하며 시청자들을 참담케 했다. KBS 1TV '일요스페셜'과 '환경스페셜'은 요즘과 같은 상업프로그램이 우세한 시대에서 공영방송이라는 권위 아래 살아남은 천연기념물같은 프로그램이다. 외국의 BBC,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달리 교양, 보도 전문 채널에 대한 지지도와 인기가 탄탄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KBS 1TV의 이같은 다큐프로그램들은 방송의 마지막 자존심이 되야 하는 채널들이다.

하지만 이들마저 조작이라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야생 수달들의 진실은 사육 수달들의 세트장 촬영이었으며,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은 제작진이 준비한 먹이감을 수리부엉이가 잡아챈다는 연출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야생'과 '실제 그대로'임을 가장했고, 일상과 자연에 숨어있는 극적인 장면들에 큰 감흥을 받았던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감흥만큼이나 크다.

방송, 진심어린 자성이 필요한 때

수리부엉이 조작 논란은 수달 조작 사건 후 10년만에 재발된 일이란 점에서 더 우려를 사게 한다. 드라마, 예능도 저급한 내용에 대한 지적과 거짓 방송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매번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와 호된 질책이 이어지고 성찰과 반성이라는 방송사의 사과문이 이어지지만 거듭되는 이같은 일들에 불감증이 생길 지경에 놓였다. 진심어린 책임의식 재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스타킹' 표절, 거짓 방송이나 '환경스페셜' 수리부엉이 조작 논란도 똑같은 절차로 일단락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인들의 무뎌지는 책임감과 이같은 사건에 익숙해져가는 시청자들이 공생하는 대중문화에 과연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조작 논란을 일으킨 KBS 1TV '일요스페셜-수달'과 '환경스페셜'의 수리부엉이 편(첫번째 사진), 일본 방송을 표절한 SBS '스타킹'(두번째 사진), 막장드라마로 비난을 사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밥 줘'. 사진=KBS, MBC, SBS]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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