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좇아 울고 웃는 '일본 아줌마'

2008. 10.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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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 18일 청주에서 열린 문화의날 기념식은 '욘사마'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500여 명의 일본 팬은 문화훈장을 받는 배용준을 보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여행사 측은 인근 호텔의 150 객실을 예약하는 등 관광일정을 잡았고, 청주는 때아닌 관광특수를 맞았다. 같은 날 3시, 배용준이 참석한다고 알려진 강원도 홍천의 박성웅-신은정 커플 결혼식장 앞에도 일본 팬이 장사진을 이뤘다.

#장면 2. 지난 9월 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우정공사에 근무하던 한 50대 여직원이 창구 단말기를 조작해 고객의 계좌로부터 돈을 유용하다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배용준의 팬인 이 여성은 배용준을 따라다니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시즈오카에 거주하는 이 용의자는 평소에도 배용준이 도쿄에 올 때마다 상경했다고 한다.

'한류 스타 있는 곳에 일본 아줌마 있다'는 말이 거의 상식처럼 통하고 있다. 한류 스타의 스케줄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들은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촬영장, 사적인 일정까지 좇아다니고 있다. 일례로 '배용준 투어'는 그의 소속사와 집, 단골 헤어숍, 스포츠센터까지 따라다닌다. '겨울연가'로 불붙은 일본 아줌마의 한류 스타 사랑은 이제 한국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타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큰 돈을 내고 온 이들은 얄팍한 상술에 울기도 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일본 중년 여성을 겨냥한 상술에 눈이 먼 여행사는 한류의 이미지까지 망치고 있다.

▶못말리는 일본 아줌마의 팬心=이달 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아줌마'는 단연코 화제였다. 본부호텔이자 스타하우스로 선정된 해운대 그랜드호텔 로비에는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서성대는 일본 아줌마를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 이병헌이 묵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호텔의 객실은 일찌감치 예약이 만료됐다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오픈토크가 열린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예정된 행사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새벽부터 자리를 잡은 일본 팬들이 눈에 띄었다. 한낮의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이들이 양산을 펼치고 텅빈 무대 앞에 앉아있는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놈놈놈'은 지난 7월 시사회장도 일본 팬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좌석이 턱없이 모자라 한국의 영화담당 기자가 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태까지 속출했다. 당시 시사회장에서는 티켓을 검사하며 밖으로 내보내려는 영화 측 관계자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척 버티는 일본 아줌마 팬의 한판 신경전이 영화 시작 직전까지 이어지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장도 이들을 피해갈 수 없다. 촬영장 투어가 여행상품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 MBC '에덴의 동쪽'과 KBS2 '그들이 사는 세상'의 촬영장에는 송승헌 송혜교 등을 보기 위해 일본 팬들이 꾸준히 몰려오고 있다.

▶한류 식히는 얄팍한 상술=한류 스타를 따라다니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한류 스타 투어는 일반 여행보다 배 이상 비싸다. 옵션이 추가될수록 가격은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스케줄만 제공받는 경우도 18만원을 줘야 하고, 콘서트나 공식행사 참석이 일정에 포함되면 가격은 2박3일의 짧은 일정에도 300만원까지 뛴다. 상술은 남의 결혼식마저도 관광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지경이다. '태왕사신기'의 박성웅-신은정 커플의 결혼식은 배용준이 참석한다는 사실 하나로 400여 명의 일본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외부활동이 뜸한 배용준이 나온다고 알려지면 바로 여행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요즘 추세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소속사나 주최 측과는 전혀 연계가 없는 여행상품이다. 배용준의 소속사인 BOF 측은 이달 초 "요즘 들어 배용준 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하는 관광상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배용준의 이름을 딴 사행성 여행상품 이용에 팬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송승헌 측도 올 초 영화 '숙명'의 개봉을 앞두고 가짜 여행상품에 주의하라는 당부를 내렸다.

사행성 여행상품이 판치는 가운데, 아예 일본 팬을 공식 행사 안에 흡수하는 전략도 나왔다. 지난달 열린 SBS '바람의 화원' 제작발표회에는 박신양의 일본 팬 100명이 참석해 제작발표회 직후 팬미팅을 가졌다. 박신양의 일본 팬클럽과 드라마 제작사가 추진한 것으로 일본 팬 대표는 현장에 못 온 팬이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며 정성껏 접은 종이학을 제작사 대표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여행사 쪽에서 만들어 판매한 상품이 아니라, 팬클럽이 준비해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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