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예외적인 '비난개그'

2008. 10. 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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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개그 스타일은 겸손과 배려로 요약된다. 게스트와 출연진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 줌으로써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살려주는 게 그의 강점이다. 겸손한 진행은 자칫 밋밋할 수 있다. 좋은 말만 하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매우 세심한 면도 지니고 있다. 토크 버라이어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계속 치고 들어오는 멤버들과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게스트들까지 챙긴다.

이천희가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해피투게더`였다. 여기서 진행자인 유재석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천희에게서 다소 엉뚱한 모습을 이끌어냈고, 그 엉뚱함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유재석은 이천희의 발레 동작 등을 몸개그로 유도해 그를 재발견하게 했다.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에서 말이 별로 없는 이진욱과 아침밥을 준비하는 한 장면으로 이진욱을 `4차원 스타`로 만든 것도 같은 이치다.

유재석은 언젠가 기자에게 남을 깎아내리는 식의 개그는 익숙치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10여년의 무명시절을 거쳐 정상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상대의 다양한 처지를 잘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유재석이 남을 놀리거나 비방하는 식의 개그를 절대 하지 않는 것은 그의 개그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외가 딱 한 명 있다. 박명수에게 만은 과감하게 놀린다. 가끔 박명수의 가족까지 거론하며 박명수를 희화시킨다. 물론 박명수가 이를 용인해준다. 오히려 박명수가 자신을 더 놀려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정준하를 놀려먹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중앙`이라고 부르면서 약간의 장난을 치는 정도에 그친다. 그 밑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박명수에게는 "해도 해도 늘지 않는 니가 챔피언" "입담이 참 안 늘어"하고 평소 그답지 않은 막말 표현을 즐긴다.

`해피투게더 3`에서 유재석이 박명수를 놀리는 이유가 있다. 진행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대사가 터지지 않을 때, 지루해 질 때 박명수를 한번 건드려 보는 것이다. 주로 콩트 같은 상황 설정으로 웃음을 주기 위함이다.

이렇게 한 호흡 쉬어가는 국면에서도 웃음이 유발되지 않으면 안된다. 절친한 유재석과 박명수의 대화가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명수 할아버지가 아주 통이 크신 분"이라고 언급했던 유재석과 박명수간의 대화가 그런 경우다.

유재석이 박명수에게 비방개그까지 해가며 박명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과거 유재석과 힘든 무명생활을 함께 했던 김한석의 질투를 유발할 정도로 좋은 조합이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은 `해티투게더3`에서 박명수와의 콤비네이션을 예전만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와는 차별화된 개그 스타일과 입담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엉뚱한 소리로 버벅대면서 자신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재석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지 못하고 유재석에게 얹혀가는 형국이다. 박명수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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