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감독 "이야기 구조에 충실하려했다"

2010. 8. 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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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성 논란 영화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잔인하다. 잘라진 머리통이 발에 차일 듯 통통통 굴러다니고, 사지가 갈기갈기 절단된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한두 번쯤은 스크린을 외면하게 된다. '꼭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만도 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오히려 "좀 더 세게 표현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기획부터 지독한 복수를 표방한 영화인데, 여러 장면을 자르면서 지루한 복수가 될까봐 노심초사했어요."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개봉 불가에 해당하는 사형선고인 셈.

결국, 김 감독은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의 이유로 꼽은 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 둔 장면 등 3장면을 들어내고 3번째 심의를 신청했다.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70억원이 들어간 상업영화였다.

"자존심은 꺾을 수 있는 문제예요. 제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게 더욱 견디기 어려웠죠. 제 영화는 성인관객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예요. 게다가 국내외 유명영화의 폭력 수준에 근거해 만든 영화거든요. 도대체 앞으로 무얼 기준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불편한 장면이 여럿 있다는 지적에 "감독으로서의 미덕은 장면을 실감 나게, 묘사를 사실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야기 구조 등 만듦새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약혼녀를 연쇄 살인범에게 잃은 국가정보원 직원 수현(이병헌)과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의 대결을 그린 복수영화다.

수현은 악마인 경철에게 처절한 응징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 안에 내재한 악마성이 드러난다. 그는 몸부림치면 칠수록 악마성의 깊은 늪으로 점점 빨려 들어간다.

폭력성 문제를 제외하면 영화의 장점은 많다. 한 여인의 잔혹한 죽음에서 시작해 복수로 끝나는 이 영화는 이야기의 밀도감만 따져볼 때 김지운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다. 지루할 틈 없이 144분이 훌쩍 지나간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을 끝내고 밀도감 넘치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스펙터클한 영화는 영상은 훌륭하지만 밀도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죠. 이번에는 밀도감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사실 김지운 감독은 그간 전작과 반대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사건을 만들어가는 '조용한 가족' 다음에는 송강호라는 한 명의 캐릭터가 사건을 이끌어 가는 '반칙왕'을 만들었다. 영화의 정서가 한 개인의 내면으로 치닫는 '달콤한 인생'을 끝내고 나서는 정서가 밖으로 뻗어가는 스펙터클한 '놈놈놈'을 만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폭력의 강도가 너무 세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매력은 있었어요.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내달리는 밀도감이 대단한 시나리오였죠. 다소 투박했지만 어떻게 하면 영화적인 틀로 끌어올까라는 고민을 안겨준 시나리오였습니다. 제가 그간 반대되는 스타일의 영화를 했는데, 이번에는 밀도감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아울러 '김지운 표' 영화를 규정했던 장르적인 천착이나 공간의 활용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에 몰두했다고 했다.

"'악마..'는 수현의 감정을 쫓아가는 영화예요. 물론 경철의 동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이야기는 수현의 감정선에 기대고 있죠. 그는 복수라는 확신에 차 있지만 그런 감정은 점점 불확실해지죠. 수현에게는 어슴푸레함, 희미함, 흐릿함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니 조명, 음악, 색도 전부 그런 분위기에 맞추어 찍었습니다."

실제로 순수를 상징하는 흰 설원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곧바로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가 어둠을 내달리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순수함에서 어둠으로 빠져들어 가는 수현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인 셈이다.

"팬의 처지에서 최민식ㆍ이병헌이라는 성질이 다른 두 배우의 모습을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영화가 호평을 받는다면 배우들이 100% 이상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병헌의 건재와 최민식의 5년 만의 복귀, 그들의 눈부신 연기대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껴요."

개인적으로 필름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할리우드 진출 시기는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받은 시나리오 2편, 해외에서 받은 시나리오 2편을 보면서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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