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웃음으로 인기몰이하는 '남격'
무리한 설정 없는 '착한 예능' 호평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생존 경쟁이 치열한 예능계에서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남격)은 독특한 존재다. 다른 예능 프로에서 흔한 가학 설정이나 선정적인 장면 없이도 너끈히 20%의 시청률을 올린다.
고정 멤버들 중 아이돌 멤버도 없고 스타 게스트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평균나이는 40.6세로 '아저씨 버라이어티'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최근에는 잇단 장기 프로젝트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직장인 밴드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3위에 올랐고 지난 3일에는 일반인들과 합창단을 구성해 전국합창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두달에서 1년에 달하는 출연진들의 준비 과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고 시청자들은 진심이 느껴진다며 호평했다.
◇ '무리수는 없다'..담백한 웃음으로 차별화 = '남자의 자격'이 호평받는 비결은 다름 아닌 담백함에 있다.
'남자의 자격'은 부제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출연진들이 다양한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방송 초반 '도전'이라는 콘셉트로 인해 MBC '무한도전'의 아저씨 버전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저씨들의 도전이라는 주제는 오히려 약이 됐다. 여타 버라이어티에서 보이는 무리한 설정과 막말 대신 피로에 지친 아저씨들의 하소연과 일상에서 빚어지는 유머가 '남자의 자격'을 채웠다.
영어테스트를 앞두고 이경규가 프로그램 때문에 전날 제빵 자격시험까지 치렀다며 '내가 학생이냐'고 불만을 토하거나 신입사원 체험에서 김태원이 회사에서 전화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 등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김영식 프로듀서는 5일 "시작할 때부터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과장된 연출 없이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이런 진솔함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듯하다"고 말했다.
출연진 중에 딱히 주인공이나 MC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없는 점도 이채롭다. 최고 베테랑 이경규도 진행자보다는 도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역할에 집중한다.
멤버간 권력관계가 모호해지면서 집단 버라이어티에서 흔히 보이는 기싸움이 사라진 점 역시 담백한 웃음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 1년반 동안 다져진 원조 멤버들의 호흡 =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는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등 출연진들의 힘이 컸다.
수시로 출연진이 바뀌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남자의 자격'은 원조 멤버 전원이 교체 없이 1년 반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재미도 더해갔다. 출연진들은 무엇보다 성실하게 과제에 임했다.
이경규는 성격 급하고 불만 많은 아저씨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과제 수행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서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다. 51살로 출연진 중 최연장자인 그는 프로그램을 위해 4시간 50분동안 마라톤 완주를 하고 18시간 동안 지리산 등반을 해냈다.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여장도 불사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음악인으로서 카리스마도 보여준다.
밴드 프로젝트를 총지휘하며 본래 별명인 '할매'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강마에가 합쳐진 '할마에'란 별명을 얻었고 대회 참가곡 '사랑해서 사랑해서'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방송 복귀 초반의 조급함에서 벗어나 개인사도 유머로 승화하는 여유를 보여주는 김국진과 '봉창'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항상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성민 등 다른 출연진들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 = '남자의 자격'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다른 예능 프로와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감동은 배가 된다.
2개월 동안 진행해온 합창단 프로젝트는 다양한 오디션 참가자들과 뮤지컬계에서 잘 알려진 박칼린 음악감독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종격투기 선수와 개그우먼, TV리포터까지 다양한 이력의 합창단 멤버들이 만나 박칼린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아래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재미와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주 방송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하모니를 선사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인터넷에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진짜 대회가 기대된다'는 시청자 의견이 잇따랐다.
밴드 프로젝트 편에서는 밴드 결성 당시 제대로 악기를 다룰 줄 몰랐던 멤버들이 1년여의 준비 끝에 멋진 공연을 선사하는 모습이 방송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영식 프로듀서는 "우리가 하는 과제들은 일반 사람들도 모두 꿈꿔보는 것들인 데다 장기 과제는 좀 더 디테일한 도전 과정들이 단기 과제보다 잘 드러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잘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칼린 감독이 말했듯이 출연자들은 1등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서 도전한다"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요소다"고 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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