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이상순 "휴식이 선물한 휴식같은 음악"

2010. 5. 18.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란다 프로젝트' 결성, 음반 '데이 오프' 발표(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08년 가을 김동률(36)은 머리를 식히고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갔다. 암스테르담 음대에서 유학중인 친구, 롤러코스터의 이상순(36)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곳의 날씨는 '개떡'같았고 따분했던 두 사람. 이상순의 원룸에서 뒹굴거리던 중 기타줄을 튕기며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출발은 이처럼 나른하고 즉흥적이었다.

첫곡을 만들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김동률은 지난해 여름 다시 암스테르담을 찾았고 이상순의 컴퓨터 안에는 두 사람이 만든 곡들로 가득 채워졌다. 급기야 이상순은 1년간 휴학을 하고 서울로 건너와 지난해 겨울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과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베란다 프로젝트(Verandah Project)'를 만들어 음반 '데이 오프(Day off)'를 18일 발표했다.

17일 신사동 가로수길의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행 갈 때 혹은 볕이 좋은 날 공항 벤치에서 눈을 감고 광합성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음반을 소개했다.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의외로 단순했다."거창한 이름을 짓고 싶지 않았어요. 베란다 하면 사람에 따라 멋진 공간, 빨래를 말리는 공간이겠죠. 휴식이 되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의미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 둘 다 베란다가 없는 집에서 살지만. 하하."(김동률, 이하 김)

두 사람의 음악 행보에서도 이번 음반은 일상 탈출이자, 휴식 같은 의미다.김동률은 "지금껏 내 솔로 음반은 좋게 말해 고뇌, 나쁘게 말해 청승 떠는 노래들이 많아 기분 좋을 때는 듣기 힘들었다"며 "이번 음반은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여유가 담긴 소박한 음악들이다. 솔로 음반이 화자가 1인칭인 일기라면, 이 음반은 둘의 속깊은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순도 "지금껏 밴드 음악을 주로 했는데 롤러코스터 때와는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며 "동률 씨와는 2004년 사진동아리를 통해 친해졌는데 이 사람과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건반으로 곡을 쓰는 김동률과 기타로 곡을 쓰는 이상순 사이의 교집합이 필요했을 터.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관심있던 보사노바, 라틴, 포크 계열 음악에서 접점을 찾았다고 했다.

"모두 기타가 주가 되는 장르죠. 저는 기타를 못 치니까 상순 씨를 통해 제가 늘 힘들어했던 기타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어요. 제 솔로 음반에서 부를 수 있는 성격의 곡은 아예 접근도 하지 않았어요."(김)

"보컬이 아닌 제가 이번엔 노래를 불렀어요. 제 목소리가 주인공인 음반은 처음이죠. 녹음 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둘의 목소리를 합하니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더군요."(이상순, 이하 이)

격렬하게 흥분하지 않는 기타 반주, 절반은 힘을 놓아버린 보컬이 발맞춘 수록곡들은 작품 의도를 당당히 드러낸다. 그 속에 콕 박힌 '따르릉' 자전거 경적 소리와 휘파람은 귀여운 애드리브다. 노랫말도 지지부진한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일상 속 풍경, 상상과 잡념의 부스러기들이다.

타이틀곡 '바이크 라이딩(Bike Riding)'은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놀러다니던 중 나온 곡. 보사노바 풍의 '벌써 해가 지네'는 멜로디에 어울릴 우아한 가사 대신 백수 싱글의 무료한 일상을 담았다. 하림의 아코디언 소리가 몽환적인 '꽃 파는 처녀'와 느린 보사노바 풍의 '단꿈'은 노랫말 자체가 백일몽 같다.

김동률은 "가사를 쓸 때의 나도 100% 내가 아니었다"며 "일부러 사랑 이야기를 배제하고 일상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연령대가 공감하는 가사를 쓰려고 했다. 지나치게 멋 부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완성 후 가장 흡족해한 곡은 힘들게 작업했다는 '트레인(Train)'."데모곡과 비교해 완성 후 가장 변화가 컸던 곡이에요. 이번 음반에 '현악기를 쓸까' 고민했는데 이 곡의 후반부에 현악기를 더해 사운드에 웅장함과 속도감이 더해졌죠. 또 여러 곡의 편곡을 도와준 정재일 씨가 퍼커션 연주도 해줬고요."(김, 이)

데뷔 시절 그룹인 전람회, 이적과 만든 그룹 카니발로 활동한 적 있는 김동률은 오랜만의 팀 작업이어서 더욱 새로웠다고 했다. 카니발 시절 곡 작업이 분업 체계였다면 이번에는 암스테르담 합숙을 통한 결과물이었기에 밴드의 일원이 된 듯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가 무척 매력적인 파트너였다고 바라보며 웃었다."정신적으로 의지가 됐어요. 작업 도중 무슨 일이 생기면 저는 끝없는 패닉 상태에 빠지죠. 저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웃을 수 없는 사람인데, 상순 씨는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라며 그 순간의 좋은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이에요. 쉬면서 맛있는 걸 먹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졌고 끙끙거릴 때보다 문제가 더 잘 풀렸어요."(김)

"동률 씨는 음악 작업을 할 때 무척 힘들어해요. 이번에 제대로 느꼈죠. 하지만 남들보다 몇배는 열심히 하는 게 원인이에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힘들다'고 너무 표시를 내는거죠. 하하하. 하지만 둘 다 너무 완벽하려 하지 않았고 모든 곡이 웃으면서 완성됐어요."(이)

둘은 자신들의 음악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과 설렘을 주길 바랬다. 이어진 김동률의 한마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우리 음악에서 30대 후반 싱글남의 '찌질함'이 묻어난대요. 하하하."

그들에게 베란다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물었다."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불과 내년에도 우리가 어떤 상황일지 모르니까…."mimi@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