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

2009. 3.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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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박중훈쇼' 4개월 만에 하차(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쉽죠. 하지만 많이 배웠고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쇼')을 4개월 만에 하차하는 배우 박중훈(43)은 "포맷을 바꾸겠다는 것도 결국은 시청률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고 말했다.

KBS는 봄 개편을 앞두고 '박중훈쇼'를 현재의 단독 MC 체제에서 3~4명의 보조 MC를 둔 다중 MC 체제로 전환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박중훈이 이를 고사하면서 결국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

박중훈은 "제작진이나 나나 기존 토크쇼들과는 차별화한 깔끔하고 매너있는 정통 토크쇼를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유야 어떻든 시청자들과의 소통에는 실패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토크쇼에 있어 어떤 형식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지만 이런 시도를 한번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중훈쇼'는 여러 명의 MC와 패널이 출연하고 자막과 음향효과 등을 많이 사용하는 다른 토크쇼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예능국이 아닌 기획제작국에서 제작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중심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화제의 인물을 두루 초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정통 토크쇼를 표방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재기 발랄한 입담과 폭넓은 인맥으로 방송사들로부터 토크쇼 MC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온 박중훈이 마침내 호스트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놀랄 정도로 나와 제작진의 생각이 일치해 이번에는 한번 진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우리는 일요일 밤에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토크쇼를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소수지만 마니아층도 생겼다고 생각해요. 그들 때문에라도 완전한 실패로 생각하기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늘 숙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박중훈쇼'를 기획한 이영돈 KBS기획제작국장은 "다중 MC 체제가 범람하는 속에서 외국처럼 1인 MC의 정통 토크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기상조였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박중훈 씨가 다른 연예인과 다르게 정말 노력을 많이 해줬는데 프로그램의 포맷이 현재의 전반적인 추세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배우로서 활동하며 온갖 부침을 겪었던 베테랑 박중훈은 "시청자들이 부수적인 장치에 빼앗길 에너지를 청각과 화면에 집중시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집단 MC 체제와 시청각효과가 강조된 요즘 프로그램 추세에 대항하는 데는 힘이 부쳤던 것 같다"면서 "아쉽고 서운하지만 4개월 동안이라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즐거워해주신 분들이 있었다는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중훈쇼'는 스피드의 시대에 느림과 여백의 미를 추구해 '답답하다', '시대착오적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값싸고 단편적이며, 공격적인 말들이 범람하는 방송에서 이 프로그램은 재료 그대로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자연주의를 추구해 출연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듣기도 했다.

평소의 쿨한 성격 그대로 KBS의 포맷 변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진 하차를 선택한 박중훈은 "25년간 섭외만 받다가 내가 호스트로서 섭외를 하는 입장이 돼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면서 "이번에도 역시 어떤 것이든 버릴 경험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6년 영화 '라디오스타'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현재 윤제균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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